TV 광고 시장이 활기를 잃으며 미디어 콘텐츠주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익 감소에 방송사들이 드라마 편성을 축소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기대작들이 몰려 있는 만큼 저가 매수를 노릴 만하다고 조언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CJ ENM(035760)의 주가는 23% 급락했다. 올해 고점인 11만 6100원(2월 3일) 대비로는 33%나 빠졌다. SBS(034120)도 같은 기간 7% 내리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사들의 주가도 악화일로다. 스튜디오드래곤(253450)과 콘텐트리중앙(036420)은 올해 각각 26%, 23%씩 급락했다.
콘텐츠주의 부진 원인은 TV 광고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TV 광고 집행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CJ ENM과 SBS의 1분기 TV 광고 수익 성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29.7%, -38%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역성장했다. 수익 감소의 여파로 방송사들은 드라마 편성을 줄이며 이를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예능이나 다큐멘터리로 대체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TV 광고 축소가 콘텐츠 제작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상반기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작품들은 캐스팅 불발, 계약 연기 등으로 제작이 미뤄졌다”며 “편성 예정이었던 작품도 방송사들의 편성 축소 영향으로 하반기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세가 둔해진 점도 한몫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년 만에 가입자 감소를 겪었고, 티빙과 웨이브도 가입자 정체와 커가는 적자에 지난해 만큼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무적인 점은 광고 시장이 불황의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남 연구원은 “4월부터는 TV 콘텐츠 경쟁력 강화로 시청률과 패키지 단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고, 하반기 주요 TV 콘텐츠 방영으로 광고 이익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요 기대작들도 하반기부터 공개되기 시작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눈물의 여왕’·‘경성크리처’, 콘텐트리중앙의 ‘킹더랜드’· ‘D.P. 2’, SBS의 ‘악귀’ 등이 예정돼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말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재계약을 진행했고, 최근 디즈니플러스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부터 아마존프라임 등 해외 OTT 공급이 확대되며 하반기부터는 플랫폼 다변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입자 성장 둔화에도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영상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한국 콘텐츠 시장에 넷플릭스가 꾸준히 투자하면 중장기적으로 다른 OTT 업체들의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