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는 ‘하위문화’의 전유물이었지만 오랜 시간 대중적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이제 셀러브리티라면 누구나 스니커즈를 소장하고, 집 어딘가에 스니커즈 전시장을 두고 있을 정도로 스니커즈는 마치 미술품처럼 ‘오브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유용함을 주는 실용품에서, 오브제로 변신한 스니커즈가 이제 미술관의 작품으로 변신해 한 단계 정체성 도약에 나선다.
세종문화회관은 5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세종미술관에서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SNEAKERS UNBOXED: STUDIO TO STREET)’을 개최한다.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은 1989년 설립돼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한 런던디자인 뮤지엄(The Design Museum)의 월드투어 전시로 2021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덴보쉬, 대만 타이페이를 거쳐 이번에 전세계 패션·예술계가 주목하는 서울에 상륙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스니커즈 관련 전시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나이키, 아디다스, 슈프린, 반스 등 스니커즈 브랜드 뿐 아니라 루이비통, 프라다, 베르사체 등 하이패션 브랜드의 스니커즈도 함께 선보인다.
런던디자인 뮤지엄은 스니커즈를 ‘디자인 오브제'로 해석하고, 디자인 이면에 담긴 역사와 산업, 기술, 예술적 가치 등을 두루 반영한 스니커즈의 문화를 깊게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는 주로 스니커즈를 둘러싼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게 특징인데 스니커즈 디자이너와 착용자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스니커즈 문화 전반을 조망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구매하고 착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디자인 오브제 스니커즈가 어떻게 문화적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집중 탐구한다. 전시는 스니커즈 하위 문화를 1970년대 ‘프로조던(Pre-Jordan)’ 현상, 1985년 이후의 ‘포스트 조던(Post-Jordan) 현상, 21세기의 ’헌팅 게임 현상' 등 3단계로 구분해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우선 전시는 스타일, 퍼포먼스, 지속가능성 등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스타일’ 섹션에서는 1970년대부터 인가 뮤지션과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젊은 층의 욕망을 자극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른 스니커즈를 만나볼 수 있다. ‘퍼포먼스’섹션은 기능적으로 최고의 신발을 향한 실험과 혁신적인 소재 연구 등 기술의 영역을 살펴본다. ‘지속가능성’ 섹션에서는 업사이클링, 리메이크 등 수명을 다한 스니커즈에 시대의 요구에 따라 다시 숨을 불어넣는 디자이너와 제작사의 노력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전시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서울’섹션은 한국의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의 협업 작품과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스니커즈 산업의 중심에 있던 한국의 스니커즈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관람객이 가장 기대하는 ‘전설의 스니커즈’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1985년 출시된 ‘스니커즈의 제욍’ 나이키 에어조던의 콜렉션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출시 당시 신발을 사려는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나이키X제프 스테이플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죤'도 전시된다. 그밖에 화성 탐사선 에어백에 사용한 섬유로 만든 스니커즈, 기술 도핑 문제로 육상 경기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스니커즈 등이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사진 및 부가 설명 추가)
이번 전시는 클래식의 상징인 세종미술관이 하위문화로 여겨진 스니커즈 전시를 개최하며 동시대적인 트렌드를 지닌 예술 콘텐츠 발굴을 본격화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종문화회관은 런던디자인 뮤지엄과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하면서 예술의 영역을 넓히고 대중과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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