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알티(405100)를 이끄는 과정에서 수치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시스템·전력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김영부 큐알티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시험·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드러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D램 등 메모리 시장에서는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3% 수준에 그칠 정도로 취약하다.
김 대표는 “큐알티 인수 이후 많은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가 신제품을 개발해도 신뢰성을 시험할 업체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수없이 봤다”며 “대만 신뢰성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간도 길어지고 의사소통 면에서도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후 메모리 신뢰성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넓혀 국내 업체들의 제품 신뢰도 제고와 원가 절감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비즈니스를 위한 면도 있지만 우선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서 시스템반도체 신뢰성 분야로도 사업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대표 시스템반도체 유니콘 ‘파두’ 등 중소 팹리스들과 동반 성장을 이룬 경험도 값진 기억”이라고 했다. 큐알티는 현재 개발 제품의 상용화를 앞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이 저렴하게 신뢰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관하는 신뢰성 기반 활용 지원 사업(신뢰성 바우처) 수행 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TSMC를 필두로 꾸려진 대만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며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태동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D램을 시작하고 현대가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대기업 위주의 구도여서 생태계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며 “반면 대만은 반도체 산업 비중에서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많은 팹리스나 설계 회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도체 업턴(호황)일 때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잘나가지만 다운턴(불황)일 때는 피해를 크게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고 봤다. 시스템반도체 산업 자체가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인 데다 중소·중견업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잇따라야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가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뿐 아니라 신뢰성, 디자인 하우스 등 중소·중견업체까지 지원 범위를 차별 없이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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