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한국 진출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럭셔리 호텔 브랜드 ‘슈발 블랑(Cheval Blanc)’의 미국 비버리힐즈 진출이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지역에 초호화로 호텔을 짓겠다는 LVMH 프로젝트에 대한 주민 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LVMH는 호텔을 지으려던 부지에 대한 부동산 소유권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호텔 건립을 다시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제시카 밀러 LVMH 대변인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일부 투표가 집계돼야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수년에 걸친 검토와 승인 과정의 결과가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종 결과는 6월 2일 나오지만, LVMH는 26일 나온 선거 후 첫 중간 집계 결과로 대략의 판세를 잠정 결론지은 것으로 보인다.
비버리힐즈시는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지역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슈발 블랑 프로젝트’에 대한 특별 투표를 진행했다. 안건은 △슈발 블랑 호텔을 짓기 위해 시 의회가 구역 변경 및 지도를 수정하기로 한 조례를 채택해야 하느냐 △공공 이익을 대가로 슈발 블랑 호텔에 대한 개발권을 부여하기로 협의한 시의회 조례를 승인해야 하느냐 2개로 투표자들은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중 입장을 밝혔다.
슈발 블랑은 LVMH그룹이 전개하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불가리, 벨몬드, 슈발 블랑) 중 하나로 비버리힐즈 내 산타모니카 대로 로데오 거리 북쪽 끝 약 1.28에이커(5180㎡) 부지에 9층 규모로 최대 115개 객실과 500명의 회원이 이용할 수 있는 개인 클럽, 레스토랑·소매점 등을 갖춘 형태로 들어설 계획이었다.
비버리힐즈 시는 이 프로젝트로 인근 상업 시설 발전, 관광객 유입, 공공 안전 및 학교 설립 등의 효과로 약 30년간 7억 2500만 달러의 이익이 시에 창출될 것이라고 추산하며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시 거주자의 50% 이상이 임차인인데 고급 개발에만 중점을 두고, 저렴한 주택 건설에는 관심이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도시 크기에 비해 슈발 블랑 호텔 개발 규모가 방대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에 반대 진영에서는 등록 유권자 10% 이상의 서명을 얻어 시 의회의 승인안에 대한 주민 특별 투표를 성사시켰고, 투표를 앞두고 프로젝트 찬성 측(LVMH)과 반대 진영의 치열한 여론전(캠페인)이 전개되기도 했다. LVMH는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데 5월 초까지 280만 달러를 썼고, 이번 특별 투표 비용 약 87만 달러도 시에 모두 보상하기로 했다.
LVMH는 ‘우리를 원하지 않는 곳에 호텔을 지을 생각은 없다’며 투표 불발 시 다시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제시카 밀러 대변인도 이번 성명에서 “최종 개표 결과 유권자들이 우리의 프로젝트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며 “어떤 형태로든 호텔 프로젝트를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지난 3월 방한 때 국내 유통 기업 CEO들을 만나 슈발 블랑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호텔의 국내 진출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