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바이오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입장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하려면 정보기술통신(ICT) 기술을 적기에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이 ICT 분야에서 우수한 네트워크와 강력한 선도 기술을 가진 만큼 이를 바이오 분야에 빠르게 이식하면 첨단 바이오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취지다.
숀 파텔 미국 리액트 뉴로 최고경영자(CEO)는 3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한국의 산업적·문화적 환경을 놓고 보면 컴퓨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등 ICT 기술을 바이오산업에 채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비디 보트만 울트라사이트 CEO도 “코로나19 전후로 공평한 의료정보 확산이 화두로 떠올랐다”며 “한국의 경우 굉장히 빠르고 광범위한 통신 네트워크를 갖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브라 수레시 휴렛팩커드 이사회 의장(전 미국국립과학재단 총재)의 사회로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에는 파텔과 보트만 CEO를 비롯해 밍 다오 MIT 나노기계연구소 수석연구원, 남준 조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학교수,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 김하일 카이스트 교수, 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 김숙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 바이오와 헬스케어 전문가 11명이 참석했다.
창의적 인재 개발 필요성도 제기됐다. 공학이나 AI 훈련을 받은 의료인들을 교육기관에서 배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하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전문의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신기술을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의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례로 공대에서 의학을 배울 수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첨단 바이오산업 발전과 동시에 부작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진협 대표는 “새로운 바이오 마커를 검증할 때 많은 환자의 정보를 대다수 연구자가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공유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 법적, 윤리적 부분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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