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까지 국세가 전년 동기 대비 33조 9000억 원 덜 걷혔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가 16조 원 가까이 줄었고 부동산 시장 한파에 소득세도 9조 원 가까이 빠진 탓이다. 진도율(국세 수입 목표 대비 실적)도 33.5%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상 실적이 좋은 4월에 오히려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져 올해 세수 펑크는 기정사실화됐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3조 9000억 원(20.2%) 줄어든 것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세정 지원에 따른 기저 효과를 뺀 실질적인 감소 폭도 23조 8000억 원에 달했다. 부진한 경기와 얼어붙은 시장 충격에 따른 세수 부족분이 24조 원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통상 4월은 세금 수입이 많은 달이다. 법인세 분납분과 부가가치세 중간분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수 실적은 연초보다 나빠졌다. 국세 수입 감소 폭은 1월 6조 8000억 원, 2월 15조 7000억, 3월과 4월은 각각 24조 원, 33조 9000억 원으로 매달 약 10조 원 규모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의 진도율 차이도 1월 1.8%포인트에서 4월 8.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법인세가 지난해보다 30.8% 줄어든 충격이 컸다. 4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35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 8000억 원 쪼그라들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경기 둔화로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이 줄었고 지난해 8월 중간예납으로 납부된 세액이 컸다”며 “지난달 법인세 환급이 이뤄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법인세를 두 차례에 걸쳐 납부한다. 매년 8~10월에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추정한 세액의 절반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이듬해 3~5월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 8~10월에 납부된 세액이 34조 3000억 원에 달했다. 2021년보다 8조 7000억 원 많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급격히 경기 흐름이 나빠지며 실적이 악화했고 이에 따라 올해 3~5월에 낼 세액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 경기 둔화로 늘어난 법인세 환급 규모도 감소 폭을 키웠다.
소득세 수입은 35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조 9000억 원(19.9%) 줄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며 양도소득세 수입이 7조 2000억 원이 감소한 여파다. 정 정책관은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거래 이후 두 달 후에 납부된다”며 “3월 부동산 거래가 많지 않았으니 5월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가치세 수입은 35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 8000억 원(9.6%) 감소했고, 수입이 줄어들며 관세 실적도 2조 4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조 4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는 이르면 8월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세수 결손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정 정책관은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라고 해도 하반기에 (세수 부족분인) 34조 원을 다 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올해 결손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올해 법인세 수입은 90조 원 안팎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법인세 수입을 104조 9969억 원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정부는 상반기 세 수입 실적과 하반기 경기 전망을 토대로 한 세수 재추계 결과를 이르면 8월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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