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SO·케이블)이 홈쇼핑 사업 승인을 받지 않고도 지역 상품을 홍보·판매할 수 있는 ‘지역채널 커머스(상거래)’ 사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적용 기간이 연장됐다. 해당 사업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함으로써 매년 악화하는 가입자 실적을 개선할 기회를 찾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들은 이번 기간 연장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1일 방송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역채널 커머스 규제를 유예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실증특례 기간을 오는 2025년 6월까지 2년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이달 26일 통보했다. 업계 1위인 LG헬로비전을 포함한 11개 사업자가 대상이며 나머지지 2개 사업자도 오는 9월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지역채널 커머스는 케이블이 방송권역별 채널을 통해 특산물을 홍보·판매하는 서비스다. 프라임 시간대를 피해 하루 3시간, 3회 이내로 방송이 가능하다. LG헬로비전의 ‘제철장터’가 대표적이다. 시청자는 방송 중 리모컨 조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케이블에게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인터넷(IP)TV과의 경쟁에서 가입자를 확보할 특화 서비스로 기대받는다. 소상공인의 판로를 넓히는 상생 서비스라는 인식도 있어 과기정통부도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역채널 커머스는 홈쇼핑과 취급하는 상품이 서로 달라 같은 경쟁 시장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되면서 케이블 사업자들의 지역채널 커머스 진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관련 업계 매출은 2021년 9억 8800만 원에서 지난해 66억 6900만 원으로 6배 넘게 늘었다. 특히 LG헬로비전은 지난해까지 방송권역 88곳 중 60여곳에서 제철장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도 사업 확대를 위해 정관을 변경해 사업 목적에 커머스를 추가했고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서비스 플랫폼을 넓혔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간 홈쇼핑 업계가 역차별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면서 다음달 만료 예정이었던 규제 샌드박스의 연장 여부를 두고 최근 케이블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홈쇼핑은 최근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케이블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채널 커머스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케이블이 신사업에 진출하고 무엇보다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가입자를 지속 유치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규제 탓에 불확실성이 큰 사업인데 이번 연장으로 한시름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블은 OTT와 IPTV와의 콘텐츠 경쟁에서 밀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 8397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보다 0.6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케이블은 0.74% 감소한 1272만 9441명에 그쳤다. 2017년 하반기 케이블이 IPTV에 가입자 수가 역전당한 이래 둘의 격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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