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600조 원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각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합니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3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 개막식 특별 스피치에서 “디지털헬스케어·재생의료·뇌과학 등 세계적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가 급성장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조건으로 연구개발(R&D)과 투자 확대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전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달로 전자와 자동차를 뛰어넘는 규모로 성장했는데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며 “지금이라도 우리나라가 바이오헬스 분야의 투자와 연구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기술 선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2600조 원으로 반도체 시장(700조 원)에 비해 3배 이상 크다.
이 총장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헬스케어와 재생의료·뇌과학 등 이제 새롭게 열리는 분야다. 그는 “바이오헬스는 대표적인 기술 기반 산업으로 난치병·노화 등 인류가 직면한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학연 각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D를 강화하기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의 의료 양성 체계를 보면 주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에 집중돼 의사과학자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이에 KAIST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KAIST는 2026년을 목표로 의학과 공학을 융합해 8년 과정의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장에 앞서 연단에 오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브리핑에서 바이오·헬스케어(바이오헬스) 시장의 성장 전략을 담은 정부의 청사진을 소개하며 “5년 내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 등의 성과를 내 글로벌 6대 강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0만 명 규모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 의료 혁신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우리는 저성장 시대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바이오헬스 산업이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선제적 규제 혁신과 과감한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언급하며 산업의 디지털화·첨단화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고령화와 의료 패러다임 전환,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의 첨예한 글로벌 경쟁 등 세 가지 중요한 도전과 변화를 맞고 있다”며 “‘보건의료·경제·안보의 핵심, 첨단바이오 시대를 열자’라는 이번 서울포럼의 주제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변화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디지털·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세부 전략 과제로는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혁신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첨단 융복합 기술 R&D 강화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과 창업 지원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혁신 노력 중 하나로 국민들이 의료진, 의료기관, 건강관리 기업 등과 안전하게 정보를 공유해 자신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의료·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를 위해 복안도 내비쳤다. 의료기기 산업에 대해 5년 내 수출 2배 달성으로 수출 5위 국가에 진입하기 위해 R&D를 활성화하고 투자도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전문 인재 11만 명 육성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 산업 현장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핵심 융복합 연구 인재 육성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