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당국이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 시행으로 손실을 입은 열병합발전사들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 작업에 착수한다. 열병합발전사들은 “SMP상한제 탓에 효율이 높은 열병합발전기를 돌리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당국의 합리적 보상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발전기 가동 유지에 쓰이는 무부하비용을 놓고 당국과 업계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최종 보상안 마련까지 갈등이 예상된다.
31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6월 9일 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SMP상한제 시행에 따른 열병합발전사의 손실분 보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고효율 열병합발전에 대한 SMP상한제 손실 보상분을 책정할 때 무부하비용을 100%까지 반영할지 여부다. 무부하비용은 발전사가 발전기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비용을 뜻한다.
SMP상한제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이 누적되면서 한전의 적자가 심해지자 발전사들의 판매가를 억누르기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 도입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올해 2월과 4월 등 4개월간 한시적으로 SMP상한제를 시행했다.
대신 정부는 지난해 11월 규제개선위원회를 통해 “SMP상한제 시행 기간 동안 발전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전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정부가 SMP상한제를 통해 전력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발전사의 수익이 감소하는 등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보상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때문에 전력 당국은 SMP상한제에 따른 발전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열병합발전은 무부하비용의 50%만 보전받는다는 점이다. 반면 전력 위주로 생산하는 다른 발전원은 무부하비용을 100% 정산받는다. 전력거래소는 열병합발전이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만큼 100% 보상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당국의 방침에 대해 열병합발전사들은 비용은 오르는 대신 효율은 떨어지면서 경제성이 악화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 열병합발전기의 경우 에너지 종합 효율이 일반 발전기의 두 배 수준인 80%에 달한다. 하지만 SMP상한제로 판매 수익이 묶인 탓에 발전비용을 온전히 보상받지 못하면서 열병합발전소의 손실은 계속 누적돼왔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난방 수요가 적은 지역에 있는 열병합발전소들은 에너지효율이 낮은 ‘전기모드’ 위주로 운영해온 반면 대도시 지역의 열병합발전소들은 난방 수요에 맞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발전기를 돌렸다”며 “SMP상한제로 열병합발전의 효율이 낮아지고 발전사의 손실은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력 업계는 열병합발전사들이 SMP상한제가 시행된 지난해 겨울에만 20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h당 268원에 달했던 전력도매가격이 올해 4월 165원까지 떨어지면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SMP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태양광 업계는 SMP상한제가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정부는 SMP상한제 시행에 따른 민간 발전사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관련 손실액을 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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