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인력(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초기 일정 기간 동안 배정받은 사업장을 바꾸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기 시작한 지 6개월도 안돼 사업장을 옮기겠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태업하는 행태 때문에 기업들의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외국 인력 정책토론회’에서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데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시도할 때 사업자에게도 최소한의 대응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며 “사용자 귀책이 아닌 경우 초기 일정 기간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6개월 근무 기간 중 최소 18개월은 지나야 전직을 허용하는 국내 병역특례자들 같은 사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외국인 근로자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업장 변경 문제를 두고 사업주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아졌다. 통상 E-9 비자를 받아 입국하면 기본 3년에 연장 1년 10개월 등 총 4년 10개월 머무를 수 있다. 사용자는 외국인 근로자와 3년을 계약하고 국내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반년도 않된 시점에 직장을 옮기겠다고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태업을 하거나 지시를 불이행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기업의 인력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기연구원이 E-9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5인 이상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8.2%가 “6개월 이내에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계약해지 이유로는 ‘친구 등과 함께 근무하고 싶다’(38.5%)가 가장 많았다. 특히 이런 문제는 지방 소재 기업이나 영세한 기업들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인력난을 가져오고 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사용자 귀책 사유가 없는데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고 태업하는 부당 행위 근로자는 본국으로 출국 조치하는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 취업한 첫 사업장에서 장기 근속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보상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 연구위원은 “첫 직장에서 계약 기간만큼 성실하게 근무할 경우 체류 기간을 늘려주는 등 유인책도 있어야 한다”며 “사업주와 근로자 간 분쟁 발생 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정기구도 마련하고 장기 근속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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