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첨단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질문이 사라진 획일화된 교육과 과도한 사교육이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혁신적 사고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의 네 번째 세션 ‘글로벌 바이오 생명공학 혁신생태계’ 패널 토론에 참석해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 같은 공부를 반복하면서 온 힘을 뺀다”며 “똑똑한 학생들이 획일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 혁신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장은 과도한 사교육이 국내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 학부모들이 1년에 쓰는 교육비는 총 40조 원에 달하며, 특히 사교육비는 전 세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사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인데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고등학교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도 “10여 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방문했던 당시 한 교수에게 한국 학생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주 우수하지만 질문을 할 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며 “엉뚱한 질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의 계기가 되는 만큼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경제발전에 치우친 정부의 연구 지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는 국가 연구비의 50% 이상을 경제발전에 쓰고 기초연구를 위해서는 10%밖에 쓰지 않는다”며 “미국의 경우 국방 분야를 제외한 국가 연구비의 60% 이상이 건강과 환경·기초연구에 할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을 못한다며 연구자들을 야단치는 형국이 대한민국의 기초연구를 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산업계를 대표해 패널로 참가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실패를 용인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과 부족한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노력이 한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