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세입확대나 이전지출 축소 등을 통한 긴축적 재정정책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재원 마련 없는 정부의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로체스터대 교수는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최근 고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대규모 재정지출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한 초과수요가 지목되고 있지만 이러한 완화적 정책이 초과수요를 발생시켰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인한 비용 상승, 기업 간 경쟁 완화에 의한 이윤율 상승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바람직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통화 긴축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긴축적 재정정책을 함께 펼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고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전지출 축소 등 긴축재정으로 대응할 경우 가처분소득 감소를 통해 현재 소비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며 “이를 통한 정부부채 축소가 미래 가계의 이자수익을 동시에 감소시켜 미래 수요 축소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재정 지출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레오나르도 멜로시 미국 시카고 연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션 발표를 통해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이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재정충격에서 비롯됐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래의 재정지출 조정이 담보되지 않은 대규모 부양책은 지속적이고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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