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들이 본사가 위치한 부산에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한다. 임직원들의 본사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서 부산의 동서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1일 금융업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부산에 본사를 두고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입주해 있는 금융 공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27년 개교를 목표로 부산 교육청과도 협의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새 자사고의 위치는 부산 서부권이 유력하다. 사상구와 강서구 명지신도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학생 선발은 금융 공기업 직원 자녀를 30%, 부산에서 30%, 전국에서 40%를 각각 뽑을 계획이다. 금융 공기업별로 출자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출자 규모에 따라 임직원 자녀 입학 정원을 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코닝정밀소재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가 출자해 설립한 충남 삼성고등학교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 중인 하늘고등학교를 벤치마킹해 부산에 전국적인 명문 사립고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금융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직원 자녀들만 뽑는 것이 아니라 부산과 전국에서 70%의 학생을 선발하는 만큼 전국 단위의 명문 자사고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공기업들이 부산 자사고 설립에 나선 것은 임직원들의 정주 여건 개선에 교육 인프라가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사무소의 기혼 임직원들은 부산 본사 발령이 나면 이사를 가지 않고 통상 혼자 내려가 자취를 하면서 주말 출퇴근을 하고 있다. 자녀 등 가족과 함께 지역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를 조사하면 ‘서울의 교육 여건이 더 낫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지역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동서 교육 격차를 줄이는데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해운대 등 부산 동부에 비해 낙후 지역이 많은 서부권 발전에 명문 자사고 설립이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향후 KDB산업은행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산은은 5월 초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정식 지정된 바 있다. 자사고 설립 취지에 부합하려면 산은 역시 출자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2012년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이 하나고등학교에 257억 원을 출연한 것은 은행법 위반이라고 결론 낸 바 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지주의 특수관계인이어서 하나금융 계열사인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출연하는 것은 대주주에게 무상으로 은행 자산을 넘기는 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부산 자사고 출연은 하나고 사례와는 내용이 다른 만큼 산은 역시 출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