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듯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든 인공지능(AI) 플랫폼에 앱을 만들어 내놓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개발 비용·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거대언어모델(LLM)이나 AI 플랫폼 개발·운영은 빅테크들이 주도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서 자연어처리·음성처리를 전공한 AI 전문가인 그는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다음 검색그룹장, SK텔레콤 커머스사업부장 겸 11번가 대표 등 굵직한 경력을 거쳐왔다. 대표를 맡으면서도 실무형 개발자로 일했고 지금도 AI와 관련한 논문을 읽는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챗GPT에 대해 “기본적 원리는 다음 단어 맞추기인데, 기계가 마치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거짓 문장을 사실처럼 작성하는 이른바 ‘환각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챗GPT가 확률적으로 높은 것만 알려주며 평균적인 답변을 내놓으니 어떻게 보면 새로운 정보가 없는 셈”이라며 “다양한 경험에 기반해 상대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독창성이 생기고 그것이 정보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CTO는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배경으로 인터넷 문화와 빅데이터,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3박자’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짚어냈다. 그는 “인터넷에 문자·음성이 넘쳐나고 공유 문화로 인해 과거와 달리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며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지닌 엔비디아의 GPU로 인해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 AI 기술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 전 CTO가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건 2005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인터넷 검색 업체 ‘첫눈’을 창업하면서다. 당시 그는 LG전자 연구원를 거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전 CTO는 “서른다섯 살의 젊은 교수일 때라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 의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구글이 검색으로 주목받고 있던 시기라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창업 1년 반 만에 첫눈이 네이버에 피인수되면서 네이버 검색품질랩장이 됐다. 그는 “당시 블로그·카페·지식인 등 컬렉션별 랭킹 알고리즘을 담당했다”며 “사람들이 찾는 검색 결과가 맨 위에 올라올 수 있도록 만들어 이용자들의 시간을 아껴준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고 말했다.
이 전 CTO는 애플이 2011년 ‘AI 비서’인 시리를 탑재한 아이폰4s를 발표한 데 충격을 받고 네이버를 나와 음성인식 스타트업인 ‘다이알로이드’를 창업했다. 회사는 이듬해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인수됐고 이 전 CTO는 다음 검색그룹장을 맡았다. 이후 SK텔레콤 AI사업단장으로 자리를 옮겨 AI 서비스 ‘누구’를 개발했다. 그는 “2017년 누구를 ‘티맵’에 탑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내비게이션에 직접 검색하는 대신 목적지를 음성으로 인식시켜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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