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병원에 갓 입사한 새내기 간호사 2명 중 1명은 만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짧은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는 병원간호사회가 진행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자료 중 최근 5년치(2018년∼2022년)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신규간호사의 1년 이내 사직률은 52.8%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2020년 집계된 신규 간호사의 1년 이내 사직률 47.4%보다 5.4%P 상승한 것이다. 2014년 28.7%와 비교하면 6년새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신규간호사의 1년 이내 사직률은 2016년 35.3%, 2018년 42.7%, 2020년 47.4% 등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조사에 따르면 신규간호사가 1년도 못되어 사직하는 이유는 업무부적응이 32.6%로 가장 많았다. '타 병원으로의 이동'은 12.5%였고, 질병 및 신체적 이유(12.3%), 타직종으로의 전환(7.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협회는 신규간호사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지나치게 짧은 교육기간과 연관된다고 봤다. 의료기관에 따라 신규 간호사 교육기간의 차이가 크고, 30일 이하로 단기 교육을 시행하는 기관도 많다는 것이다.
해외 국가들이 신규 간호사의 병원 적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운영 중인 것과 대비된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간호사 레지던시 프로그램(NRP·Nurse Residency Program)’을, 호주는 ‘트랜지션 프로그램(Transition Program)’을 의료기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 임상 적응 지원기간은 1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 기간 정부의 지원도 이뤄진다.
비단 신규 간호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들의 평균 의료기관 근무년수는 7년 8개월로, 일반 직장인 평균 근무년수(15년2개월)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사직자 중 절반에 가까운 45.2%는 간호사 본래 업무범위 이상의 과도한 일로 사직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예 간호사를 그만두고 현장을 떠나는 탈(脫) 간호사 비율도 2017년 9%, 2018년 9.4%, 2019년 10.2%, 2020년 12.2%, 2021년 12.1% 등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기관에서 간호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간협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 중인 간호사들의 근무년차를 살펴본 결과 1년 이상~3년 미만인 경력자가 22.6%로 가장 많았다. 1년 미만 경력자가 15.5%, 3년 이상~5년 미만 경력자가 14%였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사의 과반수(52.1%)가 5년 미만 경력 간호사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간협은 오랜 숙원이었던 간호법 제정이 불발된 데 대해 반발해 준법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이 같은 진료현장의 부조리를 바로 잡아야만 병원 간호사들의 이탈을 막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간협 관계자는 "협회가 지난달 준법투쟁을 선언하고 불법진료신고센터를 개설한지 닷새 만에 신고건수가 1만 2000건을 넘어섰다"며 "오는 7일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2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장 간호사들이 불법진료 지시에 거부하는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의료기관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등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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