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세계가전전시회(CES 2023)부터 기술 탈취 의혹을 받아온 롯데헬스케어가 ‘알약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법원 등에서 알고케어와 전방위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헬스케어는 당초 제품 출시를 법적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알고케어 측에 해당 사업 자체를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알고케어도 롯데헬스케어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보고 기술탈취 등에 대한 민당정 협의회를 구축해 기술보호지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알고케어에 알약 디스펜서 사업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헬스케어는 건강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차원에서 알약 디스펜서 ‘필키’를 CES 2023에서 공개했으나 알고케어의 ‘나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제품 철회 뿐만 아니라 상생 기금을 마련하는 등 스타트업과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합의는 수개월이 소요됐다. 앞서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필키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법적 결론이 나오기까지 제품 출시를 연기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술 탈취 의혹에 대해 롯데헬스케어가 전면 부정하고 있는 만큼 도용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명확한 판결을 받아들고서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롯데헬스케어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스타트업과 기술 도용 분쟁이 발생하며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분쟁은 올 1월부터 시작 돼 6개월 간 지속됐다. 양사는 2021년부터 사업 협력을 논의해왔다. 이후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 나스의 ‘카트리지(알약을 넣는 통)’ 구조를 베꼈다는 의혹이 일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이스라엘 기업의 디스펜서 ‘뉴트리코’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고케어는 “알약 디스펜서는 흔한 모델이 아니다”라며 “알고케어의 나스를 베낀 후 말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다만 롯데헬스케어는 “알약 디스펜서는 공개된 범용 기술이며 사업 모델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스타트업 기술도용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내에 ‘스타트업 기술 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TF는 산업기술보호법(징벌적 손해배상, 금지청구권 등 포함)과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범부처 통합상담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중소기업기술보호조정중재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술 도용 사건에 대한 조사와 시정 권고, 검경 수사 의뢰까지 공조 프로세스도 구축한다. 아울러 피해 스타트업이 고사하지 않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보증기금에 기술보호회복센터를 두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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