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제2의 라임 사태’를 막겠다며 2020년부터 진행한 전수조사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4곳 중 1곳을 법규 위반으로 제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법행위가 만연한 상황에서도 금감원은 3년 동안 총 220개 조사 대상 중 절반도 되지 않는 89개에 대한 전수조사만을 완료하는 데 그쳤다. 금감원은 약속한 대로 올해 말까지 검사를 끝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 속도로 미뤄볼 때 충실한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사모운용사특별검사단은 현재까지 전수조사를 완료한 89개사 가운데 22개사가 법규를 위반한 사실을 파악하고 제재를 가했다. 의혹이 제기된 특정 회사만 골라 들여다본 조사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위법이 확인된 운용사 비중이 높았던 셈이다. 금감원은 세부적으로 기관경고 5건, 기관주의 7건, 임직원 제재 22건, 과태료 부과 13건, 수사기관 통보 10건 등 총 57건(중복 포함)의 조치를 내렸다. 이 가운데 수사기관 통보는 통상 자본시장법을 넘어 형법까지 위반한 사건에 적용하기 때문에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로 꼽힌다.
문제는 사모운용사의 편법·위법 행위가 이같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도 금감원 전수조사의 진도가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2020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전수조사 대상 사모펀드 운용사 220곳의 40% 수준인 89곳에 대해서만 검사를 완료했다. 약속한 조사 완료 기한이 올해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남은 6개월간 나머지 131곳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금감원은 애초 총 233개사를 전수조사할 방침이었다가 합병·등록취소 등의 사유로 13개사는 제외했다.
더욱이 최근 우후죽순 식으로 설립된 신설 사모운용사는 부실 우려가 증폭되는 와중에도 이번 전수조사 대상에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사모운용사는 총 352개로 전수조사 시작 당시보다 120개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초까지 공모주 열풍이 불자 더 많은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너도나도 회사를 차린 탓이다. 기관투자가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청약 증거금이 필요 없고 배정되는 물량도 많다.
조사 진척이 더딘 가운데 관련 인력 수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출범 당시 32명이던 조사 인원은 2021·2022년 각각 30명에 머물렀다. 올해 5월 기준으로는 5명이 충원돼 35명이 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금감원 측은 6월 내 16개 운용사를 추가로 조사해 상반기까지 총 105개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재까지의 진척 속도를 고려할 때 매우 빠듯한 일정이다. 금감원의 연도별 조사 현황을 보면 2020년(8~12월) 18곳, 2021년 26곳, 2022년 30곳, 올해(1~5월) 15곳 등 평균적으로 한 달에 3개사 내외만 뜯어보는 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현장 검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조사 완수 의지가 큰 만큼 가용 자원을 최대한 투입해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신설 운용사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으로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곳이 많아 이번 조사에는 포함하지 않았다”며 “기존 220개사와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