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보험대리점이나 우체국 등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은행대리업’ 도입을 검토한다. 은행 지점 축소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은행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금융 당국은 빅테크사 등 비(非)은행도 은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
8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제11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단순·규격화된 은행 업무 수행 등을 은행 이외에 제3자도 할 수 있도록 은행대리업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은행법은 은행대리업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가 은행대리업을 검토하고 나선 건 디지털 전환, 비수도권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은행 지점 축소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위축돼 은행이 저비용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95년 이후 15년간 은행 점포 수를 35% 감축한 일본은 2002년부터 은행대리업을 도입한 바 있다.
국내에도 은행대리업이 도입되면 우체국, 증권·보험사 지점 등 은행이 아닌 곳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일례로 일본 유초은행은 약 3000여 개 우체국을 은행대리점으로 활용 중이다. 일본 다이아증권은 그룹 계열사인 인터넷전문은행 업무를 증권 지점에서 대리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한 회사가 한 은행의 업무만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 은행 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1사 전속주의 적용도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하는 은행권 공동대리점 허용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올해 3분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3분기 중 은행의 업무 위탁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은행들은 여수신 등 본질적 업무의 외부 위탁이 금지돼 있어 금융 혁신에 제약이 생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자의 경우 인허가를 받은 수탁자에게는 비본질적 업무뿐만 아니라 본질적 업무도 수탁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 핀테크사 등과 협업할 수 있도록 위탁 가능한 업무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를 거치고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수탁자는 자본시장법과 마찬가지로 인허가를 받은 자만 은행의 본질적 업무를 위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금융위 관계자는 “위탁 업무 수행 중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는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방안들의 기본적 취지는 금융산업 플레이어 간 협업을 강화해 은행권 내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며 “협업을 통해 금융회사가 제3자와 하나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만큼 권한과 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추가적인 시스템 리스크 발현 가능성 차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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