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약개발사로서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스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에 사무실이 있다고 하면 곧바로 의심을 거두고 소통을 시작합니다.”
올해 초 보스턴 CIC에 입주한 류은주 동아ST USA 대표는 미국 시장 전진 기지로 보스턴 CIC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동아ST는 지난해 말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류 대표는 CIC 입주사의 장점으로 “글로벌 신약 시장의 변화를 가장 빨리 따라잡아 깊게 탐구할 수 있다” 면서 “특히 미국시장에서 중국을 밀어내고 아시아권 오픈이노베이션 고려 대상 1순위에 오른 한국 기업을 파트터로 고려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3(바이오 USA)’을 계기로 기자가 방문한 보스턴 CIC에서는 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 준비가 한창이었다. CIC는 1999년 미국 보스턴에 처음 설립된 공유 오피스 겸 기업 간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바로 옆인 보스턴 중심에 위치해 창업자들이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모이는 공간이 됐다. CIC에는 1인 창업자부터 스타트업, 다국적 기업, 대학, 정부 기관 등 전세계 8개 도시에 5000여개사가 입주해 있다.
특히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인 보스턴에 위치한 3개 CIC 지점에는 바이오 기업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현장에서 만난 팀 로우 CIC 창업자는 “한국 바이오 기업의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서울에도 강남 지역을 우선 순위로 CIC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2년 전 보건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C&D 인큐베이션센터 설립을 계기로 CIC를 거점으로 선택하고 있다. 동아ST USA를 비롯해 유한USA, 대웅이노베이션홀딩스 등 국내 굴지의 제약사 미국 법인은 물론 테이블 하나를 둔 스타트업까지 20개사가 모였다. 류 대표는 “보건산업진흥원이 허브 역할을 해주고 있다” 며 “공간을 나누어 비용은 절감하면서도 힘은 더욱 모여 시너지를 낸다”고 말했다.
실제 C&D 인큐베이션센터에서 주요 사업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대웅제약(069620)이 애디텀바이오의 자회사 비탈리바이오에 6400억 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DWP213388)을 기술이전한 계약을 체결했는데 C&D 인큐베이션센터에 입주한 대웅이노베이션홀딩스가 주도했다. 2년 전 LA에서 보스턴으로 거점을 옮긴 보건산업진흥원도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효과를 체험하며 바이오 산업의 최신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 지사장은 “바이오젠, 모더나, 버텍스 등 보스턴이 낳은 바이오 총아들이 총집결해 있다”며 “전세계 신약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의 7.2%, 미국 파이프라인의 15.6%가 보스턴에 모여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IT 인근 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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