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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덫 걸린 한전…발목 잡힌 '구조조정'

"섬지역 위탁근로자 직고용하라"

지법, 3년 만에 노조 손 들어줘

인건비 감축계획 '차질' 불가피

한전 지사장-JBC 근로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사진 제공=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법원이 한국전력의 도서 지역 전력 공급 사업을 위탁 수행하는 JBC 직원들에 대해 한전이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로 직고용 인원이 늘어날 경우 인건비 증가에 따른 한전의 구조 조정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발전노조와 법원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유상호)는 9일 JBC 직원 145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이 중 60명은 한전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했고 나머지 직원들도 한전이 직고용을 하라는 주문이다. 한전 퇴직자 단체가 만든 JBC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한전의 인력 공급소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번 판결로 2020년 3월 시작된 소송전은 3년 3개월 만에 우선 노조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JBC는 1987년 8월 설립돼 20년 넘게 한전의 도서 지역 전력 공급 사업을 도맡아왔다. 한전 퇴직자 단체인 ‘한전 전우회’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그동안 JBC 직원들은 “한전의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며 “파견법에 따라 한전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파견법은 하청업체 직원을 2년 넘게 사용한 원청업체에 직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반면 한전은 “JBC는 조직과 장비를 갖춘 실체성 있는 기업으로, 지난 20여 년간 독립적 위탁 운영을 해온 만큼 불법 파견이 아니다”라고 반박해왔다.

1심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한전 지사장과 JBC 직원 간의 카카오톡 메신저가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개된 대화록에는 한전 지사장이 JBC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정황이 담겼다.

이번 판결로 최근 수십조 원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준비하던 한전의 계획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JBC 직원들이 유사 소송에 나설 경우 한전이 직고용해야 할 인원과 그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1~2022년 한전이 도서 지역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설비 운영 위탁에 투입한 금액은 1235억 원(644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 측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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