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바이오클러스터의 핵심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캠퍼스 주변 거리에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지금도 새로 들어서고 있다. 이 가운데 노바티스는 인접 교차로 핵심지에 일찍이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R&D 본부를 본사 스위스 바젤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10년간 10억 달러의 바이오 투자를 결단한 이듬해인 2009년 곧바로 6억 달러를 투입해 보스턴 내 빅파마 중 가장 넓은 R&D 전용 캠퍼스를 확보한 것이다.
노바티스 생명의학연구소(NIBR) 캠브리지 캠퍼스가 2015년 완공되자 인근 MIT, 하버드대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바이오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NIBR은 노바티스 내에서도 초기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전 임상 단계까지를 맡아 글로벌 신약 혁신의 원동력을 생성하는 곳이다. 전 세계 노바티스 R&D 인력 2만 명 중 5600명이 NIBR에 근무하며 캠브리지에만 2200명 이상이 있다.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전시회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마지막 날인 8일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NIBR에서 얼리샤 에반젤리스타 과학 협력 제네시스 랩 프로그램 리더는 “글로벌 미디어 최초로 NIBR 캠브리지 캠퍼스를 공개해 환영한다”면서도 “캠퍼스 주변에 화이자 등 경쟁 기업들이 뒤따라 R&D 빌딩을 세우며 블라인드를 거둘 수 없어 답답한 측면도 있지만 보스턴의 우수한 바이오 인재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NIBR는 세계 최초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방사선 리간드 치료제(RLT) 등을 개발한 노바티스의 혁신 신약의 뿌리이자 기반이 되는 연구소다. 에반젤리스타 리더는 “노바티스는 전 세계적으로 150건 이상의 임상 프로젝트를 보유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상위 25개 글로벌 제약사 중 5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으로 선정됐다”며 “지난해만도 매출 505억 달러 중 20%에 가까운 100억 달러를 R&D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넓은 부지를 선점한 만큼 보스턴 빌딩 숲과 차별화된 연구 환경을 제공한다. 연면적이 7만 8000㎡에 달하지만 별도 캔디 공장(NECCO) 리모델링 건물 등으로 비연구 조직을 배치했고 푸른 정원 밑 지하로 주차장과 동물실험실을 들였다. 워싱턴 DC의 베트남전 기념비로 이름을 알린 세계적인 건축가 마야 린이 캠퍼스 전체를 디자인하면서 ‘소통의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에반젤리스타 리더는 “캠퍼스에 연구동과 사무동이 구분돼 있지 않고 건물 내부에도 연구실과 사무실이 섞여 있는 게 특징”이라며 “아이디어가 중요한 초기 연구다 보니 혈액암, 고형암, 면역 질환, 신경 과학 및 심혈관계 등 다섯 가지 핵심 치료 분야와 세포 및 유전자 치료, 방사성 리간드 치료, 표적 단백질 분해 및 리보핵산 신약 또는 치료제(xRNA) 등 플랫폼 간 유연한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물론 연구의 다양성과 가속화를 위한 기능도 있다. 인근 학생들을 위한 오픈 랩인 셀랩은 90명 수용 규모로 열려있다. 데이터사이언스그룹은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약물 스크리닝과 설계를 맡고 있고 사람이 관리하기 어려운 보관 물질은 로봇을 통해 옮기는 설비까지 갖췄다. 에반젤리스타 리더는 “연구소 내 로봇공학자 및 AI 엔지니어와 함께 우리가 필요한 장비를 직접 만든다”며 “자동화 덕분에 다른 학술 연구 시설 대비 몇 배로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해 연구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NIBR에 대해 “가장 실패가 많은 곳”이라 칭하며 “대부분의 연구는 실패하거나 상용화되지 않지만 수많은 실패가 축적돼 혁신적인 가치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의 최신 연구 성과도 엿볼 수 있었다. 노바티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허가받은 RLT 항암 치료는 방사선 동위원소(RI)를 링커로 암세포 표적을 강화해 부작용 없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요법이다. 안쿠르 나가라자 클리니컬 프로그램 리더는 "뇌암, 소세포 폐암 등으로 적응증을 넓이고 1·2차 치료제로도 확장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연구자로 세계 최전선에서 7년째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인 임형욱 노바티스 CGT 그룹 AD는 “2012년 CAR-T로 치료한 첫 환자가 11년째 재발 없이 건강한 상황”이라며 “통상 일주일 이상 걸리는 배양이 필요 없이 하루 만에 동결 사용할 수 있는 T셀 엑티베이션 기술을 임상 중이며 독자 개발 중인 차세대 CAR-T 치료 기술로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된 고형암 타깃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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