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매물이 없는 증권사 인수를 향한 금융그룹과 중견기업의 경쟁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수를 공언한 우리금융그룹이 수년째 인수 문턱에서 좌절하는 사이에 오케이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 수협은행 등 중소형 경쟁자가 앞다퉈 진입했다. KG그룹 등 일반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중견기업도 잠재적인 후보에 오르내린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유안타증권·한양증권과 인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후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개인 고객을 주력으로 하는 리테일이 강한 대형 증권사를 인수 대상으로 삼고 2020년부터 수차례 유안타증권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우리금융은 유안타증권 최대주주인 대만의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의 오너 일가와 논의를 거쳤다. 당시 자본 총계 약 1조 1000억 원을 기준으로 지분 약 58%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인수가로 1조 5000억 원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까지 한양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인수가로 3000억 원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한양증권 측이 막판에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진투자증권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자본 총계는 약 1조 원으로 유진그룹이 38%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 매각 시 약 5000억 원 안팎의 가격이 거론됐다. 그러나 유진그룹 측은 “증권사는 레미콘 사업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으로 매각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교보증권·SK증권 등 매각가 1조 원 이상의 중형 증권사 역시 우리금융이 관심을 보였으나 매각 협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케이금융그룹은 내년 6월까지로 예정했던 대부업 철수를 올해 연말로 앞당기며 증권사 인수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오케이금융그룹은 2014년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2024년 말까지 대부업 사업을 정리해야 증권사 등을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이 될 수 있다는 주문을 받았다.
그 밖에 KG그룹도 증권사를 포함해 자산운용사·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본격적인 금융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매물을 탐색하고 있다.
지방금융지주 중에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JB금융지주는 김기홍 회장이 2022년 4월 1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직접 증권사 인수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수협은행 역시 금융지주 전환을 꾀하면서 증권사 인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인 케이프투자증권을 비롯해 흥국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이들 대상 매물로 거론된다. 다만 JB금융지주는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증권사 인수에 부정적이고, 수협은행은 한글과컴퓨터 계열인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했으나 결렬된 점을 들어 덩치가 더욱 큰 증권사 인수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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