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조작 논란이 불거진 복권 상품에 내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 복권 판매·유통 정보 등 주요 데이터를 생산 단계부터 암호화해 조작 의혹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내년 8월 스피또1000 등 즉석복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2018년 전자복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전자복권이 전체 복권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자복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내년에 시작되는 5기 복권 수탁 사업자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확대 적용해 보안과 신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석복권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 판매·유통 및 당첨 정보 등 핵심 데이터가 모두 암호화된다. 정부는 물론 모든 복권 상품을 운영·관리하는 복권수탁사업자도 당첨 복권의 일련번호 등 민감한 데이터를 들여다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우선 5기 복권 수탁 사업자가 복권 사업을 맡는 내년부터 즉석복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후 2026년 초까지 로또와 연금복권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기재부가 복권 상품에 블록체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은 최근 잇따라 제기된 조작 의혹 때문이다. 스피또1000 58회차를 둘러싼 의혹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기재부가 인쇄 오류로 해당 회차 복권 약 20만 장을 회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당첨 확률과 당첨 복권 판매점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올 3월에는 서울의 한 판매점에서만 100장이 넘는 로또 2등 당첨 복권이 쏟아져 조작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조작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이달 10일 150명의 시민을 초청해 로또 추첨 방송 현장을 공개했다. 정부가 이 같은 규모의 인원을 대상으로 로또 추첨 현장을 공개한 것은 로또복권이 발행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날 방송에는 복권위원회 위원장인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이 직접 로또 추첨 버튼을 누르는 ‘황금손’으로 참여했다. 최 차관은 방송에서 “(현장 공개는) 복권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드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추첨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6조 4292억 원으로 전년(5조 9753억 원) 대비 7.6% 증가했다. 연간 복권 판매액이 6조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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