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에도 여전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큰 비수도권 지역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올 들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북 지역의 경우 올해 3월 가계대출 연체율이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해 가계대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년 동기 0.1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북 지역의 올해 3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0.93%로 지난해 12월 0.57%였던 수치가 올해 1월 0.7%, 2월 0.84%로 급증하고 있다. 제주 지역도 지난해 3월 0.32%였는데 지난해 12월 0.42%, 올해 1월 0.49%, 2월 0.57%, 3월 0.51%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타 지역 대비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은 지역들이 대체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기준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20.1%였는데 전북은 이를 웃도는 26.9%로 나타났다. 이는 전남(31.2%), 경북(28.3%)에 이어 세 번째다. 제주 지역의 자영업자 비중은 26.6%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북의 경우 대기업이 없고 주로 소상공인이나 개인의 대출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자영업자 비중과 연체율의 상관관계가 높다”며 “최근 경기가 계속 안 좋아지면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은 물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타 지역 대비 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9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예정이라 비수도권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영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울산(13.8%)이나 세종(15.7%)의 경우 올해 3월 각각 0.18%, 0.14%의 가계대출 연체율을 기록하며 전국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비수도권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들 대출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지방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역시 쉽지 않은 문제로 지적된다. 전북은행의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1.73%였고 광주은행(0.67%), 제주은행(0.59%)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경기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크게 늘어 지방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중기 대출 연체율은 전북은행 0.82%, 대구은행 0.79% 등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경기 악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역별 건설 및 부동산업 관련 대출 규모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연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 및 부동산업의 대출금 규모는 321조 1338억 원으로 직전 분기 317조 1341억 원 대비 4조 원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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