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플러스로 깜짝 반전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도 적자 폭을 줄이면서 1년 4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10일 수출액은 152억 7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했다. 이달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도 플러스로 전환되면 9개월 만에 반등이다. 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10일 수출액이 증가를 기록한 것은 2월(11.6%) 이후 4개월 만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6.0%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7.0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일)보다 0.5일 많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21억 8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1.1% 줄어들며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승용차와 선박의 수출액이 2배 이상 불어나며 감소 폭을 메웠다. 승용차 수출액은 14억 7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37.1% 증가했고, 선박은 10억 1500만 달러로 161.5% 늘었다. 이 외 석유제품(-35.8%), 철강제품(-7.8%)의 수출액은 줄었고 자동차 부품(16.9%)은 늘었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년 전보다 10.8% 감소했다. 대(對)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2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1~10일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5억 9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미국(6.9%)과 유럽연합(EU·26.6%), 베트남(0.1%), 일본(7.9%)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아직 1~10일 수출액이기는 하지만 모처럼 플러스 전환에 성공하면서 이제 수출이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 수출 부진의 주 원인이던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감소 폭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3월(-34.5%)과 4월(-41.0%) 감소 폭을 확대했지만 5월(-36.2%)에 이어 이달(-31.1%)에도 감소 폭이 둔화됐다.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3월(-33.1%), 4월(-26.5%), 5월(-20.8%), 6월(-10.9%) 등 시간이 흐를수록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달은 조업일수도 1년 전보다 하루 더 많다. 만약 이달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한다면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14억 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41억 71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1∼10일 통계 기준으로는 지난해 3월(13억 9200만 달러)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적자 규모다. 원유(-50.0%)와 석탄(-48.3%), 가스(-6.0%) 등 에너지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결과다.
지난달 월간 적자 규모가 21억 200만 달러로 지난해 5월(15억 7700만 달러) 이후 최소를 기록하는 등 무역적자 규모는 점점 줄어드는 양상이다.특히 월 중 큰 변동 없이 일정한 흐름을 보이는 수입과 달리 수출은 월말이 될수록 불어나는 흐름을 보인다.
이에 이달 무역수지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이달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면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월 경제동향’ 에서 “반도체 수출액과 물량의 감소세가 일부 둔화하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 감소 폭이 축소되는 등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며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관훈토론회에서 “3~4분기를 지나면서 반도체가 살아나고 에너지 가격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직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10일 수출입 통계는 단기성인 만큼 조업일수 변화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다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언제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은 모든 분야에서 좋지 않은 방향을 가리켰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반등세를 보이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다만 ‘V’자형 반등은 힘들고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서서히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올해 무역수지가 35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88억 47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60.4%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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