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대인들이 주요 은행 등에서 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모가 4조6000억 원을 넘어섰다. 기존 보증금 대비 전세 시세가 낮아진 ‘역전세’ 문제가 나타나면서 임대인들이 빚을 내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역전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보증금 반환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새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모는 약 4조 6934억 원으로 집계됐다. 4대 은행이 1~5월 새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약 2조 6885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966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는 지난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일부 분산됐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더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은 2조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보금자리론 공급액이 8002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전체 공급액의 약 2.5배가 넘는 금액이 올해 단 5개월 만에 신청된 셈이다. 다만 유효 신청액에는 실행된 건과 함께 심사 중인 건이 포함되며, 심사 중인 경우 실행까지는 평균 1~2개월이 걸린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전세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통상 임대인들은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돈을 빌려서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호)에서 지난 4월 52.4%(102만6000호)까지 늘었다.
역전세 현상은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기준 역전세 계약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은 각각 28.3%, 30.8%에 달했다.
정부가 올해 들어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 늘어난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가계대출 규제가 강할 때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가 1억원에 불과하다가, 최근 많이 늘었다”며 “1주택자의 비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높아져 대출 여력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에 한시적으로 차주별 DSR 규제 적용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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