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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둘로 나뉜 K바이오

이재명 바이오부 기자

이재명 바이오부기자




“왜 미국 보스턴까지 와서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가 동시간대에 두 군데로 나뉘어 열리는지 해외 인사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민망하네요.”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USA’가 열린 7일(현지 시간) 오후 6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KBTP 2023’에서 모더나 창업자인 로버트 랭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대담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눈치를 보며 자리를 떠났다. 영문을 모르는 해외 초청 인사를 뒤로하고 대부분의 참석자가 향한 곳은 걸어서 5분 거리의 또 다른 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관 ‘바이오 US 코리아 나이트 리셉션’이었다.



십여년 째 바이오USA에서 K바이오 대표 행사로 자리한 ‘코리아 나이트’는 지난해 1·2부로 산업부와 복지부가 공동 개최했다. 지난해 말 관계 부처와 기관·협회가 모여 앞으로도 함께하자는 ‘원팀’ 합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K바이오 원팀은 이번 바이오USA에서는 성사되지 않았다. 행사장 섭외, 프로그램 차이 등 실무 차원의 이견을 차치하고라도 각 부처가 ‘우리가 행사를 주도한다’는 욕심을 먼저 앞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K바이오의 구심점인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보스턴에서 K바이오를 둘로 갈라놓은 셈이다.

새삼스럽게 구심점 부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이오 클러스터다. 매사추세츠주는 1985년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매스바이오’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장기간 마스터플랜을 차근차근 이행했다. 하나의 구심점 아래 인프라를 쌓다가 10년 전 만들어진 ‘랩센트럴’을 기점으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됐다.

현지에서 만난 김종성 보스턴대 교수는 “랩센트럴의 글로벌 버전이자 각국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유치하고 있는 ‘바이오랩스’를 한국에 우선 도입하자고 수년 전부터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코리아 나이트에서 본 K바이오의 모습이 김 교수의 질문에 답이 될 듯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가 반쪽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중심부터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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