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최근 내정간섭 논란까지 불거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외교관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싱 대사가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할 경우 사실상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할 수 있음을 경고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단초는 8일 나온 싱 대사의 발언이었다. 싱 대사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미중 패권 경쟁을 거론하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이 대표를 겨냥해 정치권 인사들이 외국 대사를 만나 무분별하게 정치적 민원을 넣는 행태도 꼬집었다. 사실상 이 대표가 한국과 중국 외교부가 각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외교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사태 닷새 만에 싱 대사를 직접 비판하면서 한중 관계도 추가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중국 정부를 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싱 대사에 대한 징계 또는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화젯거리가 되면 안 된다”며 싱 대사에 대한 조치를 사실상 거부했다. 중국이 싱 대사의 최근 발언을 정상적인 외교 활동으로 규정하고 소환·교체 등의 조치로 문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 외교부는 선을 그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한중 관계에 대해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는 것은 쌍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한국 측은 중국과 마주 보고 나아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19~24일 4박 6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베트남을 순방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20~21일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지원한다. 22~24일에는 김건희 여사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