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에 집착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흐름에 뒤쳐졌던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발판 삼아 글로벌 전기차 패권에 도전한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7년까지 내놓겠다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도요타의 이런 승부수가 통하러면 ‘대량생산’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요타 “전고체 배터리, 2027년 반드시 실용화” 선언
도요타는 지난 12일 시즈오카현 연구거점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내구성 문제를 극복했다”며 “2027~2028년 실용화해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과 안전성이 모두 뛰어나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내 전기를 발생시키는 이온의 이동 통로인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10분만 충전해도 1200km를 달릴 수 있으며 화재 및 폭발 위험도 낮다. 그러나 충전 가능 횟수가 실용화에 필요한 수준인 수천 번에 한참 못미치는 수십~수백 번밖에 되지 않아 ‘꿈의 배터리’로 불려왔다.
나카지마 히로키 도요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좋은 재료가 발견됐다”며 “세계에서 뒤지지 않고 반드시 실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1위 브랜드지만…'하이브리드’ 집착, 전기차 경쟁서 밀려
도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전기차 분야에선 후발주자다. 도요타 경영진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차에 올인한 결과다.
도요타는 전기차 시장의 판세를 바꿀 카드로 전고체 배터리를 선택, 집중 투자해왔다.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회사들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이 가장 앞서 있다. 관련 특허를 1000개 이상 보유 중이며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으로 시험 주행했다.
결국 대량 양산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시장 영향 제한적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대량 양산과 가격 경쟁력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조 가격이 비싼 데다 대량 양산을 위한 수율을 맞추는 것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서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는 전고체 배터리 제조 비용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425배나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화두인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도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프리미엄 고성능 차량에 탑재될 가능성은 있다. 도요타도 실용화 초기 단계에서는 고급 차 등 일부 차종에 한정된 형태로 탑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가 나올 시점이면 현재 시장을 장악한 리튬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라며 “초도 물량보다 중요한 것은 대량 양산인데 전고체 배터리가 수율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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