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시장이 한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맞붙는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을 일찍이 선점한 K배터리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유럽 완성차 업계의 자체 배터리 생산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14일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6.8%에서 2022년 34.0%로 크게 올랐다. 반면 한국 점유율은 68.2%에서 63.5%로 하락했다. 유럽 완성차 업계가 보급형 전기차에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LFP 배터리를 독점하는 중국의 입지가 단기간에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의 행보가 특히 두드러진다. 이 회사는 헝가리에 무려 73억 유로(약 10조 3000억 원)를 투자해 연산 100GWh 규모의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독일에 18억 유로를 들여 첫 해외 공장을 세운 데 이어 공격적인 유럽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모두 만드는 BYD 또한 올해 들어 포드의 독일 공장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엔비전AESC는 프랑스에 공장을 지어 르노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유럽 완성차 업계마저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겠다고 나섰다. 오토모티브셀컴퍼니(ACC)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미국 스텔란티스, 프랑스 토탈이 합작한 배터리 기업으로 올여름부터 프랑스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폭스바겐은 자회사 ‘파워코’를 앞세워 배터리 내재화에 서두르고 있다. 유럽에서 독일 잘츠기터와 스페인 발렌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 궈쉬안 등 배터리 협력사 지분을 인수하며 배터리 기술 확보에 공들여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 내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은 2022년 200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1250GWh로 6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배터리 공급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에서 19%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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