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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려? 단종시켜 ! " 식품사도 '품목 다이어트'

◆실적악화에 '선택과 집중'

CJ·대상 등 품목수 10% 줄이기로

하이트, 고객층 겹친 맥스 생산종료

재료값 상승·할인경쟁에 이익률↓

생산제품 줄여 경영 효율화 꾀해

소비자들 단종 제품 '구명운동'도


국내 식품 업체들이 판매 품목 수(SKU)를 대대적으로 감축하며 슬림화 작업에 돌입했다. 내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제품 원가마저 상승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잘 팔리는 제품만 팔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동결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자구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동원F&B(049770)는 이달 말까지 품목 수를 10%가량 줄일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운영 품목 수를 줄이는 등 전방위적 개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 대대적인 품목 구조 조정을 진행해 수익성을 끌어올린 바 있다. 올해의 경우 ‘고메 핫스파이시 치킨’을 단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4월 선보인 새 냉동 치킨 브랜드인 ‘고메 소바바’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원F&B는 캔참치 등 일부 가공식품의 종류를 감축했다. 기존에는 40·50·80g 총 3종으로 출시했다면 현재는 30·70g 2종류만 생산하는 식이다. 중량 자체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대상(001680)도 올 하반기 품목 수를 10%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총량제’를 도입했다. 총 운영 품목 수를 정할 때 출시 예정인 신제품까지 반영하는 방식이다.이 밖에 ‘청정원 토마토 파스타 소스’ 병 제품 300·600g 2종 중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300g의 생산을 종료했다. 하이트진로(000080)도 이날 국내 최초 올몰트 맥주인 ‘맥스’를 17년 만에 단종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출시한 맥주 신제품 ‘켈리’ 역시 올몰트 맥주로 타깃 고객층이 겹치자 맥스의 생산을 종료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식품 업체들이 슬림화에 나선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CJ제일제당 식품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분기 7.6%에서 올 1분기 4.9%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동원F&B도 영업이익률이 5.4%에서 3.4%로 뒷걸음질쳤다. 고물가에 식품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설탕·밀가루 등 원재료값 상승에 할인 경쟁까지 겹치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대표적인 카테고리가 국·탕·찌개류 간편식이다. 업체당 운영 품목 수만 20여 개에 달하는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CJ제일제당의 국·탕·찌개류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CJ제일제당의 국·탕·찌개류 간편식 시장점유율은 42.5%로 2020년의 44.7%보다 낮아졌다. 동원F&B 와 대상·하림산업 등 경쟁사의 진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연이은 압박에 가격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도 상품 슬림화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롯데웰푸드(280360)와 CJ제일제당·풀무원 등은 올해 3월 일부 아이스크림과 고추장·생수 등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증권 업계는 국내 식품 업체들의 품목 수 조정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준 SK키움증권 연구원은 “품목 수 구조 조정 초기에는 매출 감소와 일회성 비용이 투입되지만 올 3분기부터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기 제품이 잇달아 단종되자 온라인에서 재출시를 요구하며 ‘구명 운동’을 펼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소비자들의 요청에 8년 만에 ‘립파이 초코’를 재출시했다. 같은 달 삼양식품도 ‘불닭볶음탕면’을 다시 내놓았다. 2016년 출시 당시에는 강렬한 매운맛에 빛을 보지 못하고 단종됐으나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끈 뒤 재출시를 요청하는 게시글이 1000건이 넘자 회사 측이 재판매를 결정한 것이다. 팔도도 2021년 단종시킨 ‘쫄비빔면’을 올해 리뉴얼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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