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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을 보석으로"…스타트업에 1.3조 쏟아부은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2017년부터 외부 협업 활동 본격화

200개 기업에 1조3000억 투자

5개국에 혁신 거점 '크래들' 구축

사내 스타트업 누적 매출 2800억

라스트마일 배송 로봇 전문 기업 모빈 관계자가 배송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바퀴 달린 배송 로봇이 계단을 사람처럼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라이다와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어 야간에도 장애물을 안정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005380)그룹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분사한 ‘모빈’의 배송 로봇이다. 모빈은 현대건설과 협업해 향후 주택 단지 내에서 음식, 물류 배송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200개 스타트업에 1.3조 투자…“윈-윈 체계 구축 목표”


모빈처럼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거나 협업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대차그룹은 1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를 처음 개최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상생 전략과 혁신 성과, 협업 체계 등을 발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내부에 국한하지 않고 외부 조직, 관계자와도 협업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기아(000270)는 2017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 3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한 수치다.

양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다.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동화 2818억 원, 커넥티비티 1262억 원, 인공지능 600억 원, 자율주행 540억 원, 에너지 25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황윤성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투자함으로써 윈-윈(win-win)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현대차·기아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5개국에 혁신 거점…사내 스타트업 30개 분사 성공


현대차그룹은 세계에 숨어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며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을 설립했다. 또한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투자 역량도 높이고 있다.

이 중 2018년 설립된 제로원은 매년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주를 예술가로까지 확대해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도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스타트업 제도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에 성공했는데 이들의 누적 매출액이 2800억 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SDV)를 비롯해 자원순환, 저탄소,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제로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 마련한 전시 부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그룹이 키운 AI 솔루션 기업,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지원


이날 현대차그룹은 주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현황과 협업 사례를 공개했다.



국내 제조 분야 AI 솔루션 기업 ‘마키나락스’는 2018년 제로원 펀드 참가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다. 펀드 참여 이후 협업을 이어온 결과 현재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현대차·기아의 주요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업체인 ‘아이오니티’ 또한 현대차그룹의 투자와 함께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아이오니티는 지난해 말 기준 유럽 24개국에 약 450개의 충전소 건립을 끝냈고 약 2000개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오니티의 충전 시설을 1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등 지분 투자 외에 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9년 현대차그룹이 투자해 협력 관계를 구축한 크로아티아의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은 최근 기업 가치가 22억 유로(약 3조 574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현대차·기아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고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는 2021년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이래 자율주행과 배터리 기술 고도화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사운드하운드’는 현대차그룹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투자를 이어간 기업으로 북미와 인도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차량에 음성 및 음원 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솔루션 전문기업 ‘슈어소프트테크’는 우수한 기술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아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현대차는 2012년에 이어 2017년 이 기업에 투자하고 차량용 제어기와 커넥티드카 시스템에 대한 소프트웨어 검증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성환 현대차?기아 CorpDev팀 팀장은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전략투자, 합작투자, M&A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과 업체 현황, 당사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 투자 성과가 혁신 생태계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급속 충전 업체 아이오니티. 사진 제공=아이오니티


드론이 건물 결함 탐지…AI가 맞춤형 음악 재생


이날 행사에서 모빈을 비롯한 스타트업 5개사는 주요 제품을 전시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모빌테크는 2018년 현대차그룹 제로원 펀드 투자로 성장 기반을 닦은 ‘실감형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정밀지도, 가상 모델하우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융복합센서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트윈 기반 시공간 지도 서비스를 지원하며 협업하고 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사업 초기 자금 유치가 어려운 문제였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우리의 기술력을 믿고 투자해준 덕분에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특히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할 기회를 마련해 주면서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자체 역량을 더욱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모빌테크 관계자가 실감형 디지털 트윈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뷰메진은 자율 비행 드론과 AI 비전 기술을 결합한 건설 현장 안전 및 품질 검사 솔루션 ‘보다’를 제공 중이다. 드론에 탑재된 고화질 카메라로 콘크리트 외벽의 미세한 결함을 탐지하는 동시에 결함 데이터를 분석, 시각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포함해 국내외 건설사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신축건물 외에도 기축 아파트 품질 점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어플레이즈는 모빈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분사 업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공간별 맞춤 음악을 자동으로 선정하고 재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매장 방문자의 연령과 성별, 날씨, 이용 시간 등을 고려해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재생해 준다. 현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뿐 아니라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주요 전시장 및 영업점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를 전개하는 업체다. 최첨단 센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얼굴의 감정 인식, 표정 분석 등을 통해 버추얼 휴먼을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로 완성된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는 올해 초 데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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