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와 생산·투자 등의 수치가 모두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회복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 치웠다. 악화하는 경기 전망에 중국 금융 당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며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청년 실업률은 20.8%로 집계됐다. 전월(20.4%)보다 0.4%포인트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지난해부터 대졸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청년 실업률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전반적인 경제 회복이 더딘 데 따른 영향이다.
★본지 6월 12일자 4면 참조
이날 발표된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7% 증가했다. 전월의 18.4%와 시장 전망치 13.7%를 모두 하회했다. 2021년 6월(12.1%) 이후 올해 3월 처음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3개월째 10%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상승 폭은 둔화하고 있다.
중국 소매판매는 백화점·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비 동향을 나타낸다. 2021년 기준 소비지출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이 65.4%에 달한 중국 경제의 핵심이다. 중국 당국도 내수 진작을 강조하며 은행 예금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등 소비 촉진에 나섰지만 불황 탓에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5월 산업생산은 3.5% 늘었다. 역시 전월(5.6%)과 전망치(3.8%)에 모두 미달했다. 중국 산업생산은 공장·광산·공공시설의 총생산량을 통해 제조업 동향을 반영하고 고용, 평균 소득 등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자동차(23.8%), 태양광전지(53.1%) 등은 증가 폭이 컸지만 철강(-1.3%), 시멘트(-0.4%) 등 건축 분야의 생산은 줄었다.
고정자산투자는 5월까지 누적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전월의 4.7%에서 줄었고 전망치 4.4%에도 못 미쳤다.
1분기만 해도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반영돼 경제가 살아나는 흐름을 보였으나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도 회복세가 꺾였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을 위한 중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유동성창구(MLF) 금리를 기존 2.75%에서 2.65%로 1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낮춘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인민은행은 MLF를 통한 공개시장조작으로 2370억 위안(약 42조 2500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날 만기 도래한 1년물 MLF 물량을 감안하면 순공급액은 370억 위안(약 6조 6200억 원)이다.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인하하면서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은 LPR 발표에 앞서 MLF 금리를 조정한다. 인민은행은 1년 만기 LPR 금리를 지난해 8월 이후 3.65%로 유지해왔으나 최근 중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인하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것도 중국의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길을 열어줬다는 분석이다. 미중 금리 차 확대에 따라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계속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이날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달러 환율은 7.1489위안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및 세계의 수요가 흔들리고 부동산이 위기에 처하면서 중국의 회복이 정체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성장을 촉진하고 실업률을 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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