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유통주 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외에서 소비가 줄어드는 기미가 나타나면서다. 국내 대표 유통주인 신세계(004170)는 최근 5일 연속 신저가를 기록했다. 특히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도 늘면서 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 증권가도 유통 업체의 실적 우려가 큰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는 전날보다 1.97% 하락한 18만 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8만 3900원까지 주가가 밀리면서 이달 9일 이후 5거래일 연속으로 연중 최저가(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올해 신세계의 주가는 16.2% 하락했다. 이마트(139480)(-17.35%), 현대백화점(069960)(-14.23%), BGF리테일(282330)(-9.55%) 등 유통주와 아모레퍼시픽(090430)(-24.87%), CJ제일제당(097950)(-17.48%), 대상(001680)(-12.56%) 등 소비 관련주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올해 16.64% 상승했다.
유통·소비주 부진의 배경에는 외국인이 있다. 외국인은 올해 신세계를 2546억 원 순매도했고 아모레퍼시픽(753억 원), CJ제일제당(510억 원), 현대백화점(373억 원), 대상(182억 원) 등도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업황이 악화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4월 105.2로 3월 대비 2.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2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5.1% 깜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3월 0.1%로 둔화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것 또한 이유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소매판매가 12.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통신의 예상치인 13.6%에 비해 낮은 데다 4월(18.4%)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한 수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 변화를 나타내는 통계인데, 시장에서는 내수 경기뿐 아니라 유통 업체들의 실적 가늠자로 여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10개월 만에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종전 연 2.75%에서 2.65%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매출은 4~5월 대비 소폭 회복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유통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유통 업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 업계에 대한 전망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공매도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40거래일간 공매도 거래 평균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휠라홀딩스(30.24%)로 나타났다. 최근 10건 중 3건이 공매도였다. 아모레퍼시픽(19.47%), 이마트(18.85%), 코스맥스(17.54%), BGF리테일(15.45%), CJ제일제당(14.16%)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공매도 거래가 늘어나도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면 주식을 되사서 갚는 쇼트커버링 효과에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주가 하락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내 신세계·호텔신라 등은 추가 매도 확대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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