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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中추격에 수출 감소…신산업 클러스터 조성등 경쟁력 확보 나서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무역수지 적자 해법은

中 기술력 상승·엔저에 무역수지 악화

무역적자→경상적자 전이땐 환율 급등

외환위기 막으려면 흑자 기조 유지해야

환율 정책 운신폭 작은데 엔저는 가속

수출길 막는 과도한 환율하락은 안돼

대중 의존도 낮추고 대상국도 다변화

신산업 못 키우면 '20년 침체'日 답습

산학협력 클러스터 세워 신기술 개발

수출 증대 동력 갖춰 中 도전 따돌리고

규제 완화·투자 확대로 기업 힘실어줘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무역수지 적자가 1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무역수지 악화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되면서 우리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던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중국의 저성장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 주력산업인 조선·철강·전자·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등 전자 산업에서부터 전기자동차와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우리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엔저도 문제다. 일본과 중국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미국의 고금리에 저금리로 대응해 최근 엔·달러 환율이 140엔까지 상승(가치 하락)하고 위안·달러 환율도 7.15위안을 넘어섰다. 반면 한국은 수입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을 우려해 환율을 높이지 못하면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도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오름세로 인한 생산원가 상승으로 물가가 높아지고 있으며 물가 상승은 임금 인상을 불러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경쟁력도 약화하고 있다.

정부는 9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하절기 에너지 수입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점차 개선될 수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하면서 무역적자 폭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수입이 증가해 무역수지는 다시 악화할 수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의 기술력 향상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이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기는 어려우며 무역수지 또한 큰 폭으로 개선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먼저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 연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약 450억 달러나 차이가 나 무역적자가 곧 경상적자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역적자 규모가 확대될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초래될 수 있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낮아지면서 외국인 투자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환율이 급등해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봐도 수출이 감소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경우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된 적이 많았다.

수출 감소와 무역 적자는 환율을 올려 수입물가를 높이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금융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대외적 균형, 즉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를 흑자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경상 흑자를 내야 국내 경제가 안정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지난 정부 5년 동안 비록 국내 경제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경기 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면서 경제가 위기에 처하지 않았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무역수지를 개선할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정책 당국은 수출 증대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를 매달 개최해 수출 증대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중국은 최근까지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했던 제1의 수출 대상국이었다. 그러나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우리 경제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거나 대중국 관계가 악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정부는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엔저 대응도 중요하다. 일본이나 중국 통화가 큰 폭으로 평가 절하될 경우 세계 수출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은 감소한다. 과거 사례를 봐도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거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엔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질 경우 우리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돼 위기를 겪은 적이 많았다. 최근 일본과 중국은 고환율로 수출을 늘려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환율 정책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로 환율을 높여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5월 외환보유액이 57억 달러나 감소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외환 당국은 무역 적자로 인한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을 엔화 평가절하 폭만큼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해 무역수지를 큰 폭으로 악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근린 궁핍화, 평가절하 전략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신산업을 육성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일본을 추격한 것처럼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조선·철강·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이전하고 신산업을 찾지 못해 20년간 경기 침체를 겪었다. 우리 또한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일본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배터리와 전기차·바이오·반도체 등 이른바 BBC(Battery·Bio·Chip)가 발전하면서 지금의 산업구조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신산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을 개혁하고 신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는 신산업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을 영입할 수 있도록 교통·교육 등 좋은 인프라를 갖춘 신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보스턴바이오클러스터나 실리콘밸리처럼 우수한 대학과 함께 산학 협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배터리·바이오·반도체·인공지능(AI)·군수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해 수출이 늘면 과거 일본을 추격해 20년 동안 성장한 것처럼 앞으로 20년간 더 발전할 수 있다. 정부는 신산업 성장 혹은 신산업 경제를 핵심 정책 브랜드로 개발해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도를 높이고 여소야대인 정치 상황에서도 법과 제도를 정비해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

과도한 노사 분쟁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사 분쟁은 기업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지나친 임금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을 낮춘다. 서유럽의 빈국이었던 아일랜드는 1980년대까지 현재의 한국과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1990년대 노사와 여야 정치권의 대타협을 계기로 법인세를 유럽의 절반 수준인 12.5%로 낮추고 정부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로 영국의 5만 달러대를 능가하는 부국이 됐다. 한국 경제 역시 노사 대타협과 정부의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면 기업 투자가 늘고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후폭풍을 경계해야 한다. 금리 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시차 효과로 앞으로 1년간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수출이 감소하면서 금융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지 1~2년이 지나면 신흥국 수출이 감소해 경제위기를 겪은 적이 많았다. 한국 경제 또한 올해부터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금융 부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종전보다 하향 조정하며 경기 경착륙을 경고하고 있다. 올바른 정책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김정식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국제금융학회장·한국국제경제학회장·한국경제학회장·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아시아금융학회장, 금융위원회 금융옴브즈만위원장,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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