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 폭락’에 이어 또 5개 종목 하한가 사태가 터지며 자본시장이 흔들리자 금융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올해 새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형 증권사들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돼 금융 당국도 신규 사업 인가의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는 현재까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증권 등이 초대형 IB로 발돋움할 의사 등을 피력하기는 했으나 서울경제신문이 금융 당국에 확인한 결과 실제 신청서를 내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증권은 올 해 초대형 IB로 지정받겠다는 목표를 숨기지 않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자칫 관계사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원 수수 의혹’을 조사하면서 지난달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압수 수색했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 등 금융권 부실 우려가 커지는 만큼 2017년 제도 도입 당시보다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 어음 인가 요건을 더 꼼꼼히 따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4조 원을 넘어선 키움증권도 한때 초대형 IB 도약에 대한 의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는 형국이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휘말린 데다 회사도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으면서 위기에 직면해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이후에도 풀어야 나가야 할 현안들이 많은 만큼 초대형 IB 신청은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IB의 1차 관문인 자기자본 4조 원을 넘어선 증권사로는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있지만 역시 신중한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IB 사업의 경쟁력이 높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부실 해결 등이 급선무다. 신한투자증권은 발행 어음 사업의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큰 이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초대형 IB 신청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초대형 IB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목표로 2017년 시행됐는데 같은 해 11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증권 등 5곳이 지정된 후 6년째 신규 지정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내부 통제 시스템 △재무 건전성 등이 있다. 증권사가 금융위에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하면 금감원 심사를 거쳐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최종 지정된다.
특히 초대형 IB 지정 이후 실질적 사업 확대를 끌어내려면 발행 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 금융업 인가를 받아야 한다. 발행 어음은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증권사는 기업대출에 나서면서 채권과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발행 어음 인가는 초대형 IB 지정보다 대주주 적격성 등을 당국이 엄격하게 따져 승인을 받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한투는 2017년 초대형 인가와 동시에 발행 어음 인가를 받았지만 NH투자증권은 1년이 더 걸렸다. KB증권은 2019년,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에야 어음 발행 인가를 받았는데 삼성증권은 대주주 문제 등으로 발행 어음 사업 인가를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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