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다섯 달째 이어졌다. 다만 정부는 내수 회복세와 경제 심리 개선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올 2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를 공식 언급한 후 5개월째 같은 진단을 내렸다.
경기 둔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수출 부진이 꼽힌다. 지난달 수출은 522억 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2% 감소했다. 주요 15개 품목 중 수출이 늘어난 것은 자동차와 일반 기계 등 2개에 그쳤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째 역성장 중이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6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 9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는 올 1월(-3만 5000명)부터 5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는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하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5%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가 6.3%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다만 정부는 경기 하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심리도 다소 개선됐다는 판단에서다. 올 1분기 민간소비는 지난해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소비자의 경제 인식과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기준 98로 전월(95.1)보다 2.9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고용률은 63.5%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상승하는 등 고용지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정부가 사실상 ‘경기 저점론’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6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은 전반적으로 바닥을 다지는 듯한 모습”이라며 “상반기에 좋지 않았던 지표들이 조금씩 개선되는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전망도 유지했다. 이 과장은 “상저하고 전망은 유효하다”며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다만 하반기 경기 반등의 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전망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