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상기후로 농축산물 물가가 뛰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배추와 무 등 주요 품목의 비축 물량을 확대한다. 올여름 ‘슈퍼엘니뇨(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폭우 우려가 커지자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또 식품·외식 업계의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한 세제 지원을 추진하는 등 먹거리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계획이다.
16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6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방 차관은 “기상 여건에 민감한 농축산물 특성과 여행·외식 수요 회복에 따른 식품·외식 가격 불안 등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다”며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 주요 농산물의 비축 물량을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 배추 1만 7000톤, 무 6000톤을 비축한다. 전년 대비 각각 45.3%와 200% 늘어난 수치다. 명절과 김장철 수급 조절을 위해 감자 9000톤과 양파 6000톤을 비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계약재배 물량도 늘린다. 배추 5만 5000톤, 무 5만 톤, 사과 5만 5000톤에 대한 계약재배를 추진한다. 계약재배는 농산물 품목과 출하량 등을 미리 계약으로 정한 상태에서 재배에 나서는 것으로 대표적인 농산물 수급 조절 방법이다.
휴가철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품목은 할당 관세 적용 물량을 신속히 수입해 공급을 늘린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1만 5000톤을 6~9월 중 긴급 도입하고 닭고기 3만 톤도 이달 중 도입을 완료한다.
최근 먹거리 물가가 하향 안정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올여름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엘니뇨로 평년보다 많은 강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치면 농산물 작황이 급격히 불안해질 수 있다. 체감도가 큰 장바구니 물가가 뛸 경우 지난달 3.3%까지 내려온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방 차관은 “농가에 대한 사료 및 비료 구입비 지원, 주요 식자재 할당 관세,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대상 품목 확대 등을 통해 농가 및 식품·외식 업계의 부담도 지속적으로 경감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방 차관은 “경제 곳곳에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확고한 민생 안정과 함께 하반기 경기 반등, 경제 체질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를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출 개선 흐름을 확실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방 차관은 “지난달 대중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다소 개선되고 이달 10일까지의 수출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며 “하반기도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수출 감소세는 완화되고 조선·2차전지 등의 수출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디지털과 콘텐츠 등 서비스 수출을 활성화하고 방산과 인프라 수주 지원 등 수출 다변화 노력도 강구할 것”이라며 “수출 및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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