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화성으로 탐사로버(지표면을 이동하는 탐사선)를 보냈습니다. 이 탐사선의 이름은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입니다. ‘인내심’이라는 뜻이죠.
이 로버의 크기는 승용차 정도인 넓이 2.9m, 길이 2.7m, 높이 2.2m이며, 무게는 1025kg입니다. 퍼서비어런스는 핵추진 탐사선으로 동력으로는 플루토늄-238이 자연붕괴 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합니다.
퍼서비어런스는 7개월을 비행해 2021년 2월 18일 화성에 도착했습니다. 이 로버가 착륙한 곳은 예제로 크레이터입니다. 퍼서비어런스의 착륙지는 매우 험준한 지역입니다. 착륙 시 애초 계산했던 낙하속도와 낙하산이 펴지는 시간 등이 어긋나면 자칫 지면에 충돌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로버는 기존에 나사가 보냈던 로버들(소저너,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보다 특별하고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화성으로 갔습니다.
퍼서비어런스의 우선적인 임무는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 찾기입니다. 현재 존재할 수 있는 미생물이나 과거에 생명체가 살았던 증거를 찾는 겁니다. 가파른 절벽과 바위 등이 사방에 펼쳐져 있는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예제로는 슬라브어로 ‘호수’라는 뜻입니다. 과거 이곳은 물이 풍부한 호수였기에 예제로라는 이름도 붙은 것입니다. 예제로 크레이터가 호수였다는 증거는 바로 삼각주입니다. 삼각주는 수백만년 동안 물이 흘러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지형인데, 예제로 크레이터에는 삼각주가 존재합니다.
퍼서비어런스의 우선적인 임무가 바로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화성 생명체의 증거와 그 기원을 찾는 것입니다. 퍼서비어런스는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고대 생명체의 흔적이 있는 암석을 채집합니다.
퍼서비어런스는 기존 로버와는 달리 화성에서 처음 시도하는 임무도 있습니다. 기존의 로버들은 암석을 분쇄하고 성분을 분석했지만 퍼서비어런스는 암석의 핵심부분을 분필 크기 정도로 절단해 보관합니다. 나사는 이 분필크기의 암석 샘플을 후속 탐사선을 통해 지구로 회수할 예정입니다. 나사는 퍼서비어런스가 채집한 암석 샘플을 2033년에 지구로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에는 ‘목시’라는 장치가 있는데 이는 화성에서 산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입니다. 화성 대기는 96%가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으며 목시가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테스트 합니다. 화성 유인탐사를 대비한 시험이죠.
이 로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드론 형태의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입니다. 인류가 화성에 보낸 탐사장비 중 첫 비행체입니다.
인저뉴어티는 화성을 비행하면서 자체적인 탐사도 하고 퍼서비어런스의 내비게이션 역할도 합니다.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하는 일은 과학적 임무 외에도 다른 것도 있습니다. 이 로버에는 마이크로칩 3개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는 지구의 1090만명 이름이 담겨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 제작 시 나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받은 이름들인데, 자신의 이름을 화성에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칩을 제작했습니다.
나사는 다음에 보낼 로버에도 지구인들의 이름을 담을 예정이고, 나사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 바퀴에는 뱀이 그려져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가 발사된 2020년 7월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으며, 나사는 전 세계 의료진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로버 바퀴에 뱀을 새져 넣었습니다. 뱀은 치유와 의학을 상징하기 때문이죠.
또 로버의 카메라 주변에는 공룡, 박테리아, 양치류 등 지구의 고대 생물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성에서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퍼서비어런스에게 지구의 고대 생물이 응원한다는 의미입니다.
60만~70만년전 화성에서 지구로 떨어진 운석의 일부도 퍼서비어런스에 실렸습니다. 오랜 옛날 지구로 온 운석을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낸 것입니다.
퍼서비어런스는 과거의 화성을 알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열쇠를 우리에게 주기 위해 황량한 화성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화성탐사의 경제적 이득이 얼마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나사를 비롯한 각 나라의 화성탐사 경쟁을 계속 될 것이고,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줄 것인지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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