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외국인·기관이 서로 다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 예상을 깨고 코스피 지수가 2600 중반까지 껑충 뛰자 이달 개인은 1조 5000억 원 이상을 팔아 치우며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또 최근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계좌에 담고 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국내 대표 종목을 샀다. 개인의 ‘뚝심 투자’가 이번에는 통할지 주목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 5407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6731억 원)에 이어 기관(8874억 원)까지 순매수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총 12조 1021억 원을 팔아치웠다. 월별로 2월(2조 3641억 원)을 제외하고는 매달 순매도다. 반면 외국인은 14조 630억 원을 순매수 했다. 기관은 올해로 보면 2조 6393억 원을 순매도 했지만, 이달에는 순매수를 늘리고 있다.
개인은 종목도 달랐다. 이달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3114억 원)를 가장 많이 샀다. 이달 기관이 가장 많이 매도(2885억 원)한 종목이고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0위에는 이름도 없었다. 코스피200 선물지수 등락률을 매일 역으로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인데 지수가 내리면 두 배 수익이 난다. 이달 코스피 지수가 1.86% 오르면서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3.53% 하락했다.
개인은 또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한 기아(000270)(2249억 원·2위), 엔씨소프트(036570)(1227억 원·5위), 카카오(1083억 원·6위), 호텔신라(008770)(1030억 원·7위)를 많이 담았다. 기아는 5월 11일 연중 최고가(9만 1900원)를 장중 기록한 후 한 달 간 9.3% 하락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TL’에 대한 실망감 에 5월23일(38만8500원) 이후 16거래일 만에 22.1%가 급락했다. 호텔신라는 중국 리오프닝이 기대보다 약한데다 한·중관계가 험악해지면서 5월 2일 이후 15.9% 빠졌다.
대조적으로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4847억 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2828억 원), SK하이닉스(000660)(2731억 원) 등 국내 반도체·2차 전지 주요 업체들을 담았다. 기관은 공개매수에 돌입한 루트로닉(085370)(2304억 원) 외에 삼성전자(1418억 원)와 SK하이닉스(1346억 원), 그리고 하이브(352820)(1143억 원)를 선택했다.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전략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투자 기간과 투자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개인은 비교적 단기 투자를, 외국인은 장기 투자를, 기관은 양 투자자 사이에서 높지 않은 수준의 수익만을 추구한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단기간에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증권가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달 초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650~2900선으로 제시하며 지난해 말 내놓은 전망치(2000~2600)를 크게 높이기도 했다.
결국 외국인이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으로 보면 외인이 개인을 앞도하고 있다 보니 주된 흐름은 외국인을 따라 갈 것”이라며 “개인들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사들이는 전략이지만 주가가 반등하지 않을 수도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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