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하려면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먼저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국내 CRO가 안주하지 않고 반드시 글로벌 시장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1호이자 최대 규모 CRO인 씨엔알리서치의 윤문태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정부의 6대 제약·바이오 강국 목표 달성을 위한 국내 CRO의 역할에 대해 밝혔다. 윤 대표는 1980년대 국내 시장에 임상을 도입하고 처음으로 CRO 개념을 정립했다. 윤 대표는 매출 1위 CRO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약사 출신으로 동아제약, LG화학을 거친 그는 직접 해외 사례를 참조해 한국식 전임상·임상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윤 대표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 병원에 힘 입어 한국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6번째, 서울은 각국 도시 중 가장 임상 건수가 많다”며 “대부분의 임상 프로젝트를 다루는 CRO의 능력과 퀄리티를 향상시키면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시점읖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씨엔알리서치는 지난해 매출 485억 원(연결기준)을 올리는 등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팬데믹 기간 급증한 임상 과제 350~450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공략을 위해 채택한 전략은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임상 업무의 디지털화와 해외 CRO 기업 인수합병(M&A)이다. 2021년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의 대부분을 신규 IT 솔루션 개발과 디지털 기반 임상 인프라를 확보하는데 투입했다.
윤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IT와 바이오기술(BT)을 융합한 데이터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내 IT 팀을 설립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양식으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업데이트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학병원 임상약리학 교수진, 바이오톡스텍과 합작법인 에이비씨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해 국내 바이오벤처와 제약사의 글로벌 임상 진입을 돕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씨셀과 설립한 셀트럴랩 지씨씨엘(GCCL), 아산병원과 개발한 트라이얼인포매틱스 등 모두 IT를 활용해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글로벌 진출 이후 스텝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윤 대표는 “국내 인프라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미국, 유럽, 일본 등 CRO 기업과 협력해 4~5개의 해외 임상도 직접 수행하고 있다”며 “과거 인수를 검토했던 미국 CRO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 CRO로 넓혀 M&A를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준비된 IT 임상 솔루션을 기반으로 다가올 비대면 혹은 분산형 임상 시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그는 “아직 비대면 진료와 함께 비대면 임상에서도 구체적인 규제나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임상 시장도 비대면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임상시험모니터요원(CRA)의 노동력이 집중된 임상 시험이 비대면 데이터 연동으로 속도와 효율성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선도적인 IT 솔루션을 확보한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할 비대면 임상 시대도 씨엔알리서치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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