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 악화 우려는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부분이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으로부터 경영 유의 조치를 받은 참저축은행이 소재한 대구경북 지역의 저축은행은 경영 악화 정도가 다른 지방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저축은행 업권 전반에 걸친 건전성 악화에다 타 지역보다 미분양 주택 증가 등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중첩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경북 지역 저축은행 5곳(대아·대원·라온·머스트삼일·오성)의 평균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11.6%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전체 저축은행(79개사)의 평균 연체율인 5.1%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다. 부실채권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15.9%로 업계 평균의 3배를 웃돌았다. 연체율과 NPL 비율이 30%를 훌쩍 뛰어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대원저축은행을 제외하더라도 경북 지역 4개사의 연체율은 5.29%로 여전히 업계 평균을 웃돈다. 대구 소재 저축은행 5곳(대백·드림·MS·유니온·참)의 연체율과 NPL 비율도 올해 1분기 각각 7.8%, 5.1%를 기록했다.
이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진 것은 지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도 연결된다. 돈이 없으니 건전성 제고를 위한 충당금을 쌓을 돈도 없어진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저축은행들의 리스크 대응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NPL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0.3%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 59개 저축은행 평균(255.2%)을 크게 밑돌았다.
충당금에 충분한 돈을 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경북 지역 저축은행 5개사의 합산 순이익은 약 1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억 4000만여 원(9.7%) 감소했다. 5곳 가운데 3곳이 적자를 기록하면서다. 이 기간 적자가 지속되던 대아·대원저축은행의 적자 폭은 각각 1억 원씩 늘었고 라온저축은행은 적자 전환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이 지역 저축은행들은 나름대로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원저축은행은 지난달 24일 2억 7000만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올 들어 두 번째 유상증자이며 지난해 실시한 세 차례의 유상증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총 10억 9000만 원이다. 대원저축은행에 자금을 투입한 곳은 대원저축은행 지분 100%를 소유한 대아저축은행이다. 대아저축은행 역시 대원저축은행에 출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5월 말 등 총 세 번에 걸쳐 1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대아가 대원저축은행을 정상화시켜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심사가 까다로운 만큼 매각 역시 쉽지 않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 소재 MS저축은행도 지난해 말 100억 원 규모의 무상 감자와 1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서 간신히 빠져나왔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MS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1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5.9%에서 7.8%로 1.9%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 저축은행의 경영난 및 리스크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지역 경제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금융시장과 직결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미분양 주택 물량은 4월 말 기준 총 2만 1906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의 30.7%에 달한다. 반면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2549만 원, 지역 총소득은 2935만 원으로 8개 특별·광역시 중 꼴찌이며 경북은 각각 4271만 원과 3800만 원으로 9개 도 가운데 중간 정도의 수준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구 지역 미분양 물량은 당분간 1만 채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난해 들어 본격화된 점을 감안했을 때 부동산 관련 여신 부실이 시차를 두고 발생하면서 향후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