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빚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최근 정부가 집주인의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집주인에게 빚을 내 살길을 열어주는 게 과연 역전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혼란은 취재 현장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DSR 완화를 놓고 부처 간 온도 차로 통일된 메시지가 나오지 않다 보니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처음으로 전세금 반환 보증 대출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말을 꺼낸 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규제 완화 신중론’을 유지해오다 최근 추 부총리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원 장관은 이달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DSR 완화 혜택을 받는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에게 (보증금) 반환 보증을 들어야 한다”며 구체적 조건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에서는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DSR 완화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성장과 소득 창출 기회가 제한된 상태에서 부채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 상황을 감안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당국은 최근 업계와 여러 차례 만나 DSR 규제 완화 대상과 부작용 등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언론에는 “확정된 사안이 없어 말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당국 출입 기자 입장에서는 “금융 당국과 관계 부처 간 입장 차가 극명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민감한 부동산 시장 관련 정책을 두고 부처 간 엇박자로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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