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맡고도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해 패소를 이끈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를 징계하기 위한 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변협회관에서 징계위 전체회의를 시작했다.
변호사법 90조는 변호사에 대한 징계로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을 정하고 있는데 조사위는 한 달간의 조사와 내부 검토 끝에 6개월 이상 정직 처분의 중징계를 건의했다. 변호사법에 의거해 권 변호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징계 수위는 제명이다.
이날 징계위가 열리는 변협 앞에서 유족들은 권 변호사에 대한 영구제명을 요구했다.
유족 이모씨는 “제대로 된 변협이면 변호사의 잘못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검은 상복 차림으로 숨진 딸의 영정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정직 6개월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라고 하는 것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달려왔다”면서 “가녀린 생명이 고통 받았다가 스스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 재판을 말아먹은 변호사에게 제 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를 하는 뻔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변협이 유사 사건의 형평성과 권경애가 경제력을 잃는 것을 걱정하며 제 입장은 한 번도 듣지 않고 권경애의 경위서만 참고했다”면서 “권경애가 가해자인데 누구를 걱정하느냐”고 비판했다.
‘조국흑서’의 저자인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2015년 극단 선택으로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2016년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9∼11월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11월 패소했다. 패소 사실을 약 5개월 동안 전하지 않아 유족이 상고장을 내지 못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변호사 불출석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권 변호사가 소송 상대측에 매수돼는 등 이유로 의도적인 재판 불출석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사소송을 겪어 봤다는 한 네티즌은 “소송을 해보니 상대방 측에 매수당하는 변호사도 있던데 권 변호사도 그런 경우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변협은 이런 부분까지 철저히 조사해 권 변호사를 징계하고 학폭 피해 유족들의 응어리를 조금이마나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폭 소송 패소는 원고측 변호인인 권 변호사 뿐 아니라 피고측 변호인도 3번 모두 출석하지 않아 원고 패소 판결로 마무리 됐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3번 모두 소송에 불출석한 상황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소송당한 피고 측 변호사 입장에서는 원고 측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해 변호한다면 적극적으로 이에 맞서야 한다.
원고 측 변호사만 출석한다면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에 피고 측 변호사의 불출석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원고 측 변호사는 일정을 깜빡해서 불출석했다고 치지만, 피고 측 변호사는 상대가 불출석할 거라는 상황을 미리 알지 않았다면 3회 모두 양측이 불출석하는 상황이 우연히 벌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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