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챗봇을 조만간 선보인다. 글로벌 빅테크의 언어모델을 활용해 챗봇을 개발한 국내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은 많지만 스스로 개발한 모델로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 경우는 손에 꼽을 만큼 적어 ‘LG형 챗봇’의 성능과 활용도에 관심이 쏠린다. LG는 줄곧 범용 서비스보다는 특정 산업군에 국한된 기업간거래(B2B)용 모델을 만들어 온 만큼 실제 산업 현장에서 LG가 개발한 챗봇을 활용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LG는 자사 LLM ‘엑사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최적화한 챗봇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전략은 제약·바이오·화학 등 특정 산업군 데이터를 집중 학습해 전문가들도 활용할 만큼 전문성이 높은 B2B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연구 인력과 자본력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구글과 오픈AI 등의 범용 서비스와 차별성을 갖기 위한 전략이다. 챗봇이 완성되면 해당 산업군의 종사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이를 활용해 연구개발(R&D)과 생산 활동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체 LLM을 보유하거나 이를 통해 챗봇 서비스를 개발한 업체는 극소수다. LG와 함께 국내 기업 중 생성 AI 기술력으로 손꼽히는 네이버는 오는 8월 검색과 AI를 결합한 ‘서치GPT’와 자사 차세대 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아직 챗봇 형태의 서비스는 없다. 카카오가 ‘다다음(ddmm)’이라는 챗봇 서비스를 내놨지만 기반이 되는 ‘코지피티(KoGPT)’ 모델의 경우 체급이 작고 KT의 ‘믿음’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오픈AI와 구글 등이 내놓은 범용 챗봇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LG의 전문가형 챗봇의 성능과 활용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 LLM 모델의 경우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졌고 그룹 차원에서 일찍이 연구 역량을 결집해 개발했기 때문에 국내 수준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문화된 영역에서 해외의 버티컬 모델을 압도할 만큼 성능이 뛰어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LG는 챗봇 출시를 목전에 두고 사내 코드를 대량 학습해 엑사원의 코드 생성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서 축적해 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만큼 무엇보다 LG 제품을 개발하는 계열사·협력사 등에서 추후 이를 활용해 제품 개발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에 개방된 빅테크들의 챗봇 서비스도 높은 코딩 성능을 자랑하지만 기업 내부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내부 소스코드는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기업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언어 모델들로서도 이러한 코드들을 학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들은 특화된 라이브러리나 기능을 갖고 있어 기존 툴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LG가 코딩 기능에 힘을 쏟는 것은 최근 빅테크들의 LLM이 앞다퉈 코딩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오픈AI와 구글은 각각 최신 모델 ‘GPT-4’와 ‘팜2(PaLM2)’를 공개할 당시 이전 버전과의 차이점에 대해 공통적으로 코드 생성 기능 향상을 과시했다. 오픈AI와 협력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코드 생성 서비스 ‘깃허브 코파일럿’을 선보이고 오버스택플로우 등 경쟁 플랫폼들을 따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또한 AI 기반 코딩 도우미 서비스 ‘코드위스퍼러’를 최근 출시하며 빅테크들의 LLM 기반 코딩 서비스 경쟁이 가열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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