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금 지급과 계약 해지가 급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란우산공제에 대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개편에 나섰지만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21조 4000억 원 규모의 공제 자금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부와 16년간 관리 운영을 맡아온 중소기업중앙회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9월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마저 끝나는 등 회원인 소상공인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지만 정작 관련 기관들은 ‘이해관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달 25일 노란우산공제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하루 전인 24일 돌연 취소했다. 당시 개편안 발표에는 이영 중기부 장관이 발표자로 나서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참석하기로 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중기부와 중기중앙회는 “협의할 사항들이 남았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브리핑 일정까지 정해진 사안을 관계 기관 간 협의가 덜 끝났다고 취소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상공인들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겠다는 목적에서 2007년 도입됐다. 소상공인의 퇴직금 형식으로 쌓인 노란우산공제 규모는 지난해 21조 4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저조한 수익률, 부족한 가입자 복지 등 질적 성장은 따라오지 못했다. 실제 노란우산공제는 지난해 -1.88%의 수익률로 주요 공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운용자산의 15.6%를 차지하는 주식 수익률이 -17.28%로 곤두박질한 결과다. 여기에 최근 소상공인들의 탈퇴가 줄을 이었고 지난해 해약 건수만 전년 대비 43.1% 늘어난 4만 4295건에 달했다. 결국 중기부가 나서 중기중앙회와 협의해 개편 작업에 나섰지만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노란우산공제 운영 개선에 대한 중기부와 중기중앙회의 입장 차이는 시작부터 컸다. 중기부는 노란우산공제를 활용해 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늘리는 등 정책자금처럼 운용할 계획이었다. 반면 중기중앙회는 공제와 정책기금은 성격이 다른 데다 정부의 의지대로 자금이 집행될 경우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와 중기중앙회는 △가입자 복지 강화 △운용 인력 보강 등을 기본 토대로 개편안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상공인 전용 공간을 만들고 리조트 등의 사업을 시작해 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방침이었다. 또 전문 인력을 영입해 운용 성과도 높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판에 중기중앙회가 의견을 제기하면서 잠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부진했던 수익률이 올 들어 크게 개선됐고 외부 운용 인력도 이미 보강하는 등 자체적으로 개선 작업에 나섰기 때문에 중기부 주도의 추가적인 개선안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주 기준 노란우산공제의 수익률은 지난해 크게 손실이 났던 주식 부문이 13.3%의 수익을 내면서 전체 2.97%의 수익률로 지난해 손실을 모두 회복하고도 2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또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를 지낸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의 연임을 확정한 데 이어 실무급 외부 인력 4명도 최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노란우산공제 개편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 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주도로 운영되는 노란우산공제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중기중앙회는 노란우산공제 사업을 자신들이 공들여 키웠다는 생각에 기존 구조가 바뀌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중기부와 중기중앙회는 “계속 협의할 것”이라며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개편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기부가 노란우산공제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기부와 중기중앙회의 충돌로 정작 회원인 소상공인들에 대한 제도의 수혜나 복지 정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두 기관의 알력에 당분간 개편안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며 “정작 공제금의 주인인 소상공인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논의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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