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조사 대상 64개국 중 28위로 평가했다. 지난해 27위에서 한 계단 내려왔다. 고용과 물가 등 경제 성과는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재정 상황 악화로 정부 효율성 부문이 발목을 잡았다.
20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2020년부터 2년간 23위를 유지했던 한국은 지난해 27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올해까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019년(28위)과 동일한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한국은 경제 성과(22→14위)가 큰 폭으로 상승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정부 효율성(36→38위)이 뒷걸음질했다. 기업 효율성(33위)과 인프라(16위)는 전년과 동일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가 상승 요인으로 에너지 수출국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한국을 따라잡았다. 카타르(12위)와 사우디아라비아(17위)는 물론 바레인(30위→25위)과 말레이시아(32위→27위)도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은 경제 성과 부문에서 국제무역(30→42위)을 제외한 국내 경제(12→11위), 국제투자(37→32위), 고용(6→4위), 물가(49→41위) 순위가 상승했지만 정부 효율성 부문이 후퇴했다. 그중에서도 재정 순위가 32위에서 40위로 낙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9위→24위),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22위→29위), 일반정부 부채 실질증가율(34위→56위) 모두 악화됐다.
기업 효율성 부문에서는 생산성(36→41위)과 금융(23→36위)이 뒷걸음질 쳤다. 생산성 국제경쟁력(51→54위), 대기업 효율성(35→39위) 등의 지표가 나란히 퇴보한 탓이다. 금융은 경쟁력 자체보다는 지난해 국내 주가 하락 및 하반기 자금 시장 불안 등이 반영됐다. 인프라의 경우 기본(16→23위), 기술(19→23위), 과학(3→2위), 보건환경(31→29위) 등의 순위는 올랐지만 법적환경의 기술개발 지원(48→52위), 기술개발 자금 조달 용이성(30→36위) 등의 순위는 내렸다.
IMD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으로 1979년부터 주요국 경쟁력 순위를 매기고 있다.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덴마크가 차지했다. 아일랜드·스위스·싱가포르가 그 뒤를 이었다. IMD는 한국 순위를 1989년부터 발표했는데 역대 최고는 2011~2013년의 22위, 최저는 1999년 4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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