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005940)이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에 대해 유독 박한 평가를 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독립적으로 상장 종목을 분석해 투자의견을 낸다지만,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가 다른 증권사들과 차별화 행보를 보여서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2위와 3위의 신경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수 일색인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문화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한국금융지주, PF와 CFD 사태 실적 반영…충당금 확대 불가피”=21일 NH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6만 5000원에서 5만 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NH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침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업황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어 충당금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또 “PF 규모가 큰 사업자일수록 상황을 반전시키기 힘든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에서 NH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 전망치도 대폭 하향했다. 순영업수익은 4840억 원으로 기존전망(5460억 원) 대비 11.3% 낮췄다. 영업익도 2230억 원으로 5.9%, 순이익은 1740억 원으로 13% 줄여 잡았다. 전통 IB 영역(ECM·DCM)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상장 주관을 맡은 마녀공장(439090) 프리IPO 투자 손익이 대표적이다. 다만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24억 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채권운용손익 감소 및 해외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4000억 원) 및 CFD 미수채권 충당금 등이 이유다.
NH증권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한국금융지주가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보고서를 보면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저축은행, 캐피탈 등이 보유한 부동산 대출 문제를 지적하며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고 적었다. 또 올해 4월 보고서에서도 업황 개선 덕에 경상이익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추가적인 PF 충당금 설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유독 평가가 박한 NH證…"현실적 분석" 평가도=NH증권의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업계에서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유독 혹평하고 있어서다.
NH증권은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지난해 3월 16일 이후 총 5번의 보고서를 냈는데 5번 모두 목표가를 하향했다. 지난해 3월 16일 11만 원이던 목표가는 3개월 만인 6월 27일에 9만 5000원으로, 2달 뒤에는 8만 5000원(8월 3일), 또 3개월 뒤에는 6만5000원(11월 16일), 그리고 이번에 또 5만8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같은 기간 대신증권(003540)은 한국금융지주 목표가를 2번 내렸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목표가를 2번 내렸지만 5월 31일에는 오히려 목표가를 올렸다. KB증권은 3번 목표가를 낮췄다가 1번 다시 올렸다. 교보증권(030610)(3번), 삼성증권(016360)(3번), 이베스트증권(3번), 신한투자증권(2번) 등도 목표가 하향은 있었다지만, NH증권 만큼은 아니었다.
NH증권의 목표주가도 가장 낮다. 올해 4월 13일 이후 보고서를 낸 다른 10곳의 목표가는 7만 4000~8만 4000원이다. 투자의견도 NH증권만 HOLD(보유)다. NH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매수(BUY)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순위로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증권의 신경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금은 8조 1000억 원으로 2위,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금은 7조 2511억 원으로 3위다.
다만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 리포트 문화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는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보는 시각에 따라 서로 다른 목표가를 내기도 한다”며 “여러 의견을 참고해 투자에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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