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자체 생산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익으로 집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TSMC, 삼성전자(005930)와 ‘파운드리 빅3’ 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간) 개최한 웨비나(웹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부 파운드리 모델 전략을 공개했다.
인텔이 반도체 사업 부문을 팹리스(반도체 설계)·파운드리로 이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부 사업부에서 반도체 생산 주문을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주받아 생산에 나서는 방식이다. 팹리스 회사가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내부에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이를 위해 내년 1분기부터 제품 그룹과 제조 그룹을 분리한 회계 자료를 발표할 방침이다. 제품 그룹에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데이터 센터·인공지능(AI), 네트워크·엣지가 포함된다. 제조 그룹에는 제조, 기술 개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가 담겨 독립적인 손익(P&L)을 관리하게 된다.
인텔은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수십 억 달러의 비용 절감 외에도 상당한 사업적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시장 기반 가격 책정 방식을 내부 사업부에도 적용해 외부 고객과 동일한 수준의 확실성·안정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이 실행되면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단숨에 ‘빅3’로 뛰어오르게 된다. 인텔은 내부 파운드리 모델 적용 시 파운드리 매출이 연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이 자체 매출에 외부 파운드리 매출까지 합치면 208억 달러(옴디아 예상치) 수준인 삼성전자를 넘어서 파운드리 시장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텔은 “2030년까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외부 파운드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그 목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내부 물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모델에서 내년 제조 매출이 2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지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이번 사업 재편에 따라 내부 파운드리가 외부 파운드리와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텔의 반도체 중 약 20%는 외부 파운드리에서 위탁 생산되는데 경쟁 심화에 따라 이 비중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용 절감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텔은 신속 처리용 웨이퍼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연간 5억~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경쟁사 대비 2~3배 더 긴 제품 테스트 과정에 비용을 부과하고, 제품 설계에서 웨이퍼 스테핑 횟수를 줄이는 방식 등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 파운드리 모델 구축은 인텔이 종합반도체회사(IDM) 2.0 전략을 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라며 “장기적인 수익 목표를 달성하고 80~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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