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거주자외화예금 가운데 엔화 예금이 5년 7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들여오면서 달러화 예금도 늘면서 거주자외화예금이 5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5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967억 9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54억 달러 증가했다. 거주자외화예금이 늘어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달러화 예금은 822억 9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30억 9000만 달러 증가했다. 유로화 예금도 57억 4000만 달러로 12억 900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화 예금과 유로화 예금 모두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과 해외직접투자 자금 일시 예치로 증가했다. 특히 달러화 예금은 기업 보유 비중이 85.3%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엔화 예금은 62억 5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9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2017년 10월(9억 7000만 달러) 이후 최대 폭이다. 원·엔 재정환율이 4월 말 989.17원에서 5월 말 951.09원까지 떨어지는 등 엔화 약세가 나타나자 엔화를 미리 사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원·엔 환율은 8년 만에 장중 800원대로 진입하기도 했다. 한은은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자금 일시 예치, 개인의 여유자금 예치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내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869억 9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49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은지점은 98억 달러로 4억 3000만 달러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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